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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가본 '남북 만월대 유물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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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미리 가본 '남북 만월대 유물 전시관'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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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12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입구 왼쪽의 널찍한 벽에는 개성이 품고 있는 문화유산들이 큰 지도 속에 펼쳐져 있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만월대가 개성의 어디쯤에 있는지 한번 훑어본다. 문득 조선의 기생이었으나 개성 사람으로 살기를 고집했던 황진이는 어디쯤 살았으며 대학자 서경덕은 또한 어디쯤 머무르며 공부를 했는지 궁금해진다. 게이트에선 역사의 다리 선죽교가 놓여있다. 고려에 대한 일편단심을 부르짖던 정몽주의 기개가 느껴지는 장소이다.


 다리를 건너면 개성첨성대 조형물이 보인다. 이 첨성대 구조물은 만월대 서쪽에 우뚝 서서 수백년 동안 폐허를 지켰다. 모든 것이 사라졌으나 별을 바라보던 고려의 천문학적 자존심은 남아 있다. 첨성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유물 발굴을 진행해온 남북의 전문가들의 모습이 비친다. 최근까지도 남북 간에 조마조마한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 가운데서도 신념을 잃지 않고 역사가 남북 동질성의 끈임을 잊지 않았다.

 자. 이제 고려 만월대의 역사가 보이고 600년의 시간이 폐허 속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북한에서 7차례에 걸쳐 발굴된 유물들 중에서 3D로 스캔된 것들이 홀로그램 영상으로 생생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궁금증이 일어나는 유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다시 보여주고 설명도 곁들여준다. 남한의 기술을 통해 만나는 북한의 유물이라는 점이 인상 깊다.


 이제 본격적으로 발굴현장을 만난다. 축대만을 남긴 채 사라진 만월대를 보여주는 듯 돌로 짠 조형 바닥이 보인다. 만월대의 전체 모습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한 고려도경 속의 개성 모습이 등장한다. 일제 강점기 때 촬영된 만월대 사진도 있다. 분단 이전의 만월대와 분단 이후의 만월대를 비교해서 보여주는 것도 감명깊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야 남한이 소장하고 있는 만월대의 실제 유물을 접하게 된다. 한국미술사 연구의 큰 별이었던 고유섭(1905-1944) 개성박물관장의 노력으로 이곳에 오게된 귀한 문화재이다. 작은 조각 하나에 깃든 고려의 영혼과 미감과 문화적 성취를 느껴보는 순간이다.


미리 가본 '남북 만월대 유물 전시관' 전시내용(일부)


 이후에 이 전시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 펼쳐진다. 가상현실 기술이 당신을 개성으로 순간이동시켜 만월대 위를 거닐게 한다. 원천석이 외쳤던 '흥망이 유수하니'가 흘러나올 수도 있고, 이애리수의 '월색만 고요해'가 나올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무엇보다 역사를 걸어다니는 새로운 시간여행과 공간여행이 백미일 것이다. 이쯤에 꿈같은 가상현실이 끝나고 포토존이 기다린다.


 이번엔 10월14일 개성 성균관. 대성전 앞에 있는 건물 명륜당의 서쪽. 서재(西齋) 앞쪽에 가설로 기와지붕까지 갖춘 임시전시관이 만들어져 있다. 가로 15미터, 세로 11.5미터의 널찍한 공간이다. 공간 한 가운데에 만월대 축소 모형이 있고, 고화질 컴퓨터그래픽 영상으로 재현한 만월대의 원형 모습이 보인다. 만월대 모형 뒤편엔 김홍도의 '기로세련계도'가 영상으로 걸렸다. 개성 만월대에서 있었던 60세 이상 노인 64명의 합동잔치를 그린 작품으로 무려 무려 237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기록화이다. 조선 사람들은 중요한 행사를 요즘 사람들이 기념촬영하듯 기록화로 남겼다. 이 작품 속의 만월대는 사진처럼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완월대를 둘러싼 벽 바깥 쪽에는 남북 공동발굴 현장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 벽을 감상하고 나면 발굴장소를 직접 거니는 가상체험을 하게 된다. 가상과 현실이 접합되었을 때 쯤 되어, 지난 8년간 발굴한 유물들을 하나하나 감상한다. 기왓장 하나, 청자 하나마다, 고려의 진면목을 만난다.


 하지만 발굴 유물이 아주 풍성한 것은 아니다.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 많은 문화재들은 빈곤한 국가의 경제적인 목적을 위해 뜻밖의 외출을 하기 쉬운 게 사실일 것이다. 그간 많은 고려 유물들이 식민지와 분단시대를 겪으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흩어져버린 점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고려 유물들이 저토록 정연하게 스토리를 갖추고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감회가 새롭고 문화재 의식 또한 진일보한 것이 아닐까.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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