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지난 5월 한화투자증권이 사내 편집국을 만들었을 때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정작 콘텐츠 생산자인 애널리스트들은 줄줄이 회사를 나가고 있는 판국에 편집국을 만들어 무엇하느냐는 수군거림도 있었다. 리서치 보고서를 감수하는 편집국을 만들기 전에 보고서를 쓸 애널리스트들을 확보하는 게 우선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출범 당시 뒷말도 많았고 우려도 뒤따랐던 '사내 편집국'이 한화투자증권 사내에 '올바른 글쓰기'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동반랠리(동반상승), 글로벌 머니플로(자금흐름), 펀더멘털(기초여건)처럼 외래어·전문용어 일색이었던 리서치보고서와 상품설명서에 외래어와 전문용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단어를 요약해 문장을 끝맺기 일쑤였던 보고서는 이제 종결어미를 사용해 문장을 완성한다. "비논리적 문장이 횡행하는 한국 증권가의 리서치 보고서를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는 없앨 것"이라는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의 다짐이 편집국 설치 이후 실현된 셈이다.
지난 5월 이주명 전 아시아경제 논설위원을 초대 편집국장으로 위촉한 이후 편집국은 차츰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우선 상근 인력 5명, 비상근 인력 2명 등 총 7명으로 편집국 식구가 늘었다. 이주명 편집국장은 20년 넘게 기자 밥을 먹은 글쟁이이고 이번에 새로 편집국에 합류하게 된 백우진 편집위원은 기자로, 홍형진 편집위원은 소설가로 문장에 관한 한 엄격하고 예민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이들 외에도 웹디자이너 1명, 관리총괄 1명, 사외 편집위원 2명이 편집국에 합류했다. 2명의 사외 편집위원들의 경우 기자출신과 교열·편집전문가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은 리서치 보고서를 자주 내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낼까 말까다. 편집국 인력이 7명이나 필요하느냐는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지적에 이 편집국장은 "편집국이 하는 일이 의외로 많다"고 반박했다. 리서치보고서 등 대외문서뿐 아니라 홈페이지의 콘텐츠 조달 및 편집 지원, 대외문서의 품질 점검과 개선방안 제시 등 편집국 업무가 단순히 데스킹 업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했다. 편집 및 감수 결과를 각 부서에 피드백하는 것도 편집국의 또 다른 역할이라는 것.
내부 평가도 긍정적이다. 외부 시선이야 어떻든 사내 편집국 설치를 밀어붙인 주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편집국의 역할을 점차 확대하는 중"이라고 밝혀 애초 본인이 기대한 방향대로 편집국이 돌아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당초 편집국 설치를 반신반의했던 애널리스트들도 '보고서가 깔끔해졌다' '논리적이다'라고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투자자들도 '예전보다 보고서 읽기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한다.
사외 편집위원을 제외한 5명이 모든 문서를 검토하다 보니 신문사처럼 어떤 내용이나 수치를 추가하라는 식의 데스킹은 불가능하다. 언론사처럼 편집회의도 따로 없고 언론사 통합 시스템처럼 올라오는 문서를 한꺼번에 모아놓고 데스킹하는 시스템도 아직 없다. 이 같은 부분은 차차 갖춰나갈 계획이다.
이 편집국장은 "앞으로 편집국은 대외문서를 데스킹(또는 편집ㆍ감수)하는 핵심 기능을 보다 내실화ㆍ강화하는 동시에 홈페이지의 콘텐츠 조달 및 관리에 대한 지원 기능, 대외문서 기획과 작성에 대한 내부자문 기능, 편집과 감수의 결과 피드백을 통한 사내 글쓰기 능력 함양 기능 등도 수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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