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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X파일] ‘위조명품’ 공장이 왜 주택가 지하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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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 눈길 피하고 신속한 대처 유리…점조직으로 분업화, 차명 계좌로 대금 주고받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왜 주택가 지하실이었을까. 의문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7월 초 위조명품 제조를 둘러싼 첩보를 입수한 뒤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이 의혹의 꼬리를 밟을수록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보통 위조명품은 도시 외곽의 대규모 공장에서 제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상대적으로 외부인 출입이 많지 않고 보안을 유지하는 데 수월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번에 적발한 사건은 ‘위조명품’ 기본공식을 파괴했다.

검찰에 따르면 제조업자 A씨는 부천 지역 주택가 지하공장에서 ‘루이비통’ 위조명품을 만들었다. 외부인의 왕래가 빈번한 주택가는 오히려 수사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사각지대였다. A씨는 같은 장소에서 무려 1년 7개월간 위조명품을 제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 대금 1억5000만원은 차명계좌로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자 B씨는 서울 용산과 마포 지역 주택가에서 위조명품 ‘샤넬’ 가방을 제조했다. B씨는 서울특별시청 단속반에 단속을 당하자 불과 4일 만에 다른 주택가 지하에 새로운 공장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찰 단속 과정에서도 거래 상대방이 구속되자 재빨리 또 다른 주택가로 공장을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법조 X파일] ‘위조명품’ 공장이 왜 주택가 지하실에… 서울동부지검이 '위조명품' 제조를 둘러싼 수사를 통해 찾아낸 주택가 지하공장. 사진제공=서울동부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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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B씨의 위조명품 공장은 일반 주택가 지하실에 마련됐다. 재봉틀과 재단기 등을 갖춘 20평 규모의 소형 공장이다. 그곳에서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샤넬’ 위조 명품만 전문적으로 제조했다.


주택가 지하실에 소규모 위조명품 공장을 마련한 이유는 임대료가 저렴한 것도 있지만, 신속한 이전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수사기관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B씨 사례처럼 발 빠르게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도 주택가 지하실 ‘위조 명품’ 공장을 조성한 배경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위조명품 자체는 물론 핵심 부품인 금속장식물(단추, 지퍼 고리, 손잡이나 어깨끈이 연결고리 등)이 은밀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제조·공급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위조명품 유통은 제조만큼이나 은밀했다. 이번에 구속기소된 C씨는 루이비통, 샤넬 등 유명브랜드 10가지 제품모델 400점의 명칭과 컬러사진 등이 담긴 26쪽 분량의 카탈로그 6000부를 직접 제작해 제조·유통업자에게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차명 휴대전화를 통해 카탈로그 제품 주문을 주고받고, 차명 계좌로 대금을 받는 등 위조명품 5600점(정품기준 109억원 상당)을 은밀하게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조 X파일] ‘위조명품’ 공장이 왜 주택가 지하실에…


도매업자인 C씨는 단속되기 직전까지 170일간 업자들과 1일 평균 570건에 해당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신속하고 간편한 거래를 위해 동대문과 답십리 등에 창고를 운영했고, 단속에 대비해 자신은 창고에 가지 않고 종업원에게 관리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위조명품 제조·판매 업자로부터 위조명품을 구입한 도소매업체는 서울 경기 부산 대구 광주 대전 강원 등 전국에 걸쳐 있었다. 위조명품은 일반 잡화점은 물론 식당이나 골프연습장에서도 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수사로 위조명품이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가방 제조, 부품 제조, 중간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분업화한 시스템으로 위조명품이 거래됐다. 점조직처럼 역할을 분담하고 차명전화,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 수사망을 피하려는 수법도 지능화되고 있다.


명품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 현상이 쉽게 사라질 리 없다. 이런 심리를 활용해 전문가들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진짜 같은 위조 명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더 은밀하고 교묘하게 위조 명품을 제조하려는 업자와 그들을 단속하는 수사기관의 숨바꼭질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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