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국감서 "역사 인식 균형 잡기 위한 대책 마련" 촉구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동상ㆍ흉상ㆍ비석 등이 서울 시내 곳곳의 공공시설ㆍ건물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전국 지자체 친일반민족행위자 기념물 설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17인의 기념물 34건 중 10인의 기념물 10건이 서울 시내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5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최종 선정한 1005인의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였다. 대표적 친일파인 민영휘의 동상이 강남구 휘문고에 설치돼 있고, '희망의 나라'를 작곡했지만 친일 어용단체인 조선음악가협회를 결성하고 징병제 축하음악회에서 '대일본의 가(歌)'를 불렀던 현제명의 흉상이 서울대에 남아 있다. '배따라기'의 저자로 우리나라 신문학의 개척자로 꼽히지만 강제 징용을 찬양ㆍ선전한 기동인의 문학비도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야외음악당에 버젓이 설치돼 있다.
서대문구 연세대에도 친일단체인 '조선임전대책협의회'를 결성하고 미영타도 좌담회에 참석하는 등 친일 행각을 한 백낙준이 설립자 이름으로 동성이 설치돼 있다. 성북구 고려대에 설치돼 있는 김성수의 동상도 마찬가지다. 친일 문인 주요한ㆍ채만식의 시비ㆍ문학비도 각각 종로구 미관광장ㆍ중앙고에 남아 있고, 근대남성무용의 개척자로 꼽히지만 친일파 명단에 오른 조택원의 춤비도 중구 소재 국립극장에 여전히 설치돼 있다. 일제 말기 대표적 친일파 지식인으로 활동했던 장덕수의 연보비도 중랑구 망우리 애국지사 묘역에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서울대, 망우리애국지사묘역 등 서울시의 정부소유 건물 및 공공시설은 타 지역에 비해 상징적 의미가 큰 곳인데도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업적만 기리고 있어, 편향된 역사 인식을 후손들에게 전하게 될 우려가 크다"며 " 철거를 하느냐, 마느냐의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실의 정확하고 제대로 된 기록과 전달이며, 이에 근거해 서울시내 정부소유 기관과 공공시설의 친일반민족행위자 기념물에 대한 대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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