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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공약을 왜 지자체에 떠넘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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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 신음하는 지자체<하> 복지비 부담 증가에 지방재정 파탄 위기...전문가들 "지방세비율 조정 등 대책 마련 시급"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박혜숙 기자] #2010년 11월. 대전 동구청은 3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그해 12월 필요한 인건비 26억원 중 13억원만 책정했다. 재정이 바닥나 6급이상 직원 193명 월급을 50%만 지급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동구청은 각종 복지사업과 도시개발, 신청사 건립 등 굵직한 재정소요 사업이 늘면서 재정난에 빠졌다.


지자체들의 재정 악화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복지비용 부담 증가다. 올해도 대부분의 지자체가 재정적자가 예상되는데, 무엇보다 사회복지분야 지출이 10%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각종 복지정책을 확대하면서 그만큼 지자체들의 재정 부담도 늘어났다. 대표적인 것이 누리과정. 정부가 보장하겠다고 한 3~5세까지의 보육비용이 슬그머니 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나눠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뀌더니 올해는 예산이 크게 줄었다. 곳곳에서 누리과정이 파행을 겪게 된 원인이다.


이를 포함해 기초연금, 장애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 무상급식 등 복지제도개편에 따른 부담 규모는 2013년 18조4000억원에서 올해 28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지방비 부담은 2013년 5조4000억원에서 올해 7조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한정된 세입에서 복지비용이 매년 증가함에 따라 지자체들은 신규사업은 엄두도 못 내고 있고, 지역개발 비용은 줄었다. 주요 현안사업이 차질을 빚는 배경이다.

정치권에서는 누리과정 등 지방 재정을 옥죄는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3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0~5세 국가 책임 보육을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예산부담은 시ㆍ도교육청으로 떠넘겼다"면서 "보육,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중앙정부의 부담을 지방에 전가하는 현재의 약탈적 지방분권을 상생의 지방분권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맞춤형 복지'로 전환되며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맞춤형 복지란 소득에 따라 생계ㆍ주거ㆍ의료ㆍ교육 급여를 차별 지급하는 제도다. 과거 소득수준이 최저생계비를 초과하면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던 것과는 달리 항목별 기준만 충족하면 해당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복지 급여가 증가하면서 지자체의 부담도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자체와 전문가들은 복지비용 분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가가 모두 떠안기도 어렵지만 사안마다 국가와 지자체가 기계적으로 분담토록 할 경우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자체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행 복지정책의 선별적 전환, 국세의 지방세 이전, 지방소비세 인상, 지방교부세율 상향 등을 통해 지자체의 재정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자체들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대 2에서 6대 4 정도로 개선하고, 지방소비세 인상률도 현행 11%에서 16%로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가가치세의 지방소비세 배분비율을 현재보다 1% 포인트만 인상해도 지방재원이 4000여억원 증가한다. 따라서 내년부터 16%로 인상하고, 해당 비율을 매년 1%씩 상향조정해 2020년에는 부가가치세액의 2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지자체의 요구다.


이같은 요구에 대해 야당은 물론 행정자치부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복지부담 증가 등으로 지자체의 어려운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방소비세 비율 인상 등 기존의 지방세 비율 상향 조정 약속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며 "현재 경기 불황에 따라 국가 재정이 어렵긴 하지만 경제 상황과 세수 증가 등 여건을 봐서 지방세 비율을 늘려줘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창훈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가 지방보다 세입이 훨씬 많은데도 복지사업 대부분이 매칭사업으로 추진되다보니 지방재정만 위축되고 있다"며 "기초연금ㆍ영유아 보육 등은 국가사무 성격이 짙은 복지정책으로 국가가 비용을 100%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자체가 세목ㆍ세율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과세 자주권이 없어 재원 확충이 어렵다"며 지방자치의 핵심인 재정분권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인천=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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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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