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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한 代理응징, 2000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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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불감증과 탐욕…후련한 해결사 필요했다

통쾌한 代理응징, 2000만 불렀다 영화 '베테랑', '암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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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류승완(42) 감독의 영화 '베테랑'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한국영화로는 열세 번째, 외화를 포함하면 열일곱 번째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9일에 45만764명이 스크린을 찾아 누적 관객 수 1037만6697명을 기록했다. 최동훈(44) 감독의 '암살'이 광복절에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지 2주 만이다. 경쟁 작품이 같은 시기에 나란히 1000만고지를 밟기는 처음이다.

두 영화는 공통점이 있다. 선과 악의 대결 구도가 분명하고 선이 끝내 승리함으로써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베테랑'은 정의로운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의 갈등을 심화시키면서 온갖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서도철이 조태오를 쓰러뜨리는 결말을 이끌어낸다. 그 결정적인 한 방에는 시민들이 함께 한다. 광장을 빠져나가려는 조태오를 둘러싸고 쓰러진 서도철을 일으켜준다. 핸드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정당방위의 증거도 확보한다. 류 감독은 "세상을 똑바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봉준호(46) 감독은 "이토록 고발적인 영화가 이토록 오락적이라는 사실이 경이롭다"고 했다.


1933년 독립군의 친일파 처단 작전을 그린 '암살'도 안옥윤(전지현), 속사포(조진웅) 등 독립군들이 민족을 팔아먹은 친일파 부호 강인국(이경영)과 밀정 염석진(이정재)에게 비참한 최후를 안긴다. 그동안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영화가 제법 있었지만 최 감독은 민족주의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다. 독립투사들을 액션 히어로로 그려낸다. 일제강점기라는 무게감 있고 진지한 접근이 필요한 콘텐츠 요소를 상업적으로 훌륭하게 풀어냈다는 평이다.

통쾌한 代理응징, 2000만 불렀다 영화 '암살'과 '베테랑' 스틸 컷


액션 장르와 사회적 요소의 결합이 흥행으로 이어진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1000만 관객을 넘어선 봉준호 감독의 '괴물(1301만명)'과 양우석(46) 감독의 '변호인(1137만명)', 강우석(55) 감독의 '실미도(1108만명)'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흥행 공식은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 시리즈, '투캅스' 등과 흡사하다. '단죄'라는 간결하고도 분명한 메시지에 스릴, 유머 등을 더해 관객을 사로잡았다. 부당한 권력에 대한 투쟁과 그 과정이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간 것이다.


이러한 영화들의 성공 배경에는 '가진 자'들에 대한 반감이 깔려있다. 한국의 재벌들은 '국가경제성장'이라는 목표 아래 특혜를 받으며 덩치를 불려왔으나 이제 신(新)귀족 행세를 한다. 최근에 미디어의 초점이 된 롯데가(家)의 골육상쟁을 연상케 하는 경영권분쟁, 땅콩 리턴 사건 등은 서민들의 환멸을 샀고,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에 사무치게 만들었다.


'베테랑'은 부도덕과 횡포에 대한 분노와 억눌린 대중심리를 스크린 안의 언어로써 해소해주고 있다. 애초에 타깃을 정한 것 같다. 류 감독은 "이따금씩 대두되는 경제 권력가들의 비도덕적 사건에 분노가 치밀었다"며 "관객의 공분을 일으키고 사회 정의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인물을 넣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 재벌을 수사하는 주체는 검사가 아닌 경찰이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재벌에 회유당하거나 검사에게 지시를 받는 정도의 존재로 그려졌지만 이번에는 악전고투 끝에 사건을 직접 해결하는 서민영웅으로 표현된다.


통쾌한 代理응징, 2000만 불렀다 영화 '암살'과 '베테랑' 스틸 컷


'암살'에서 권선징악을 실천하는 이들 또한 약자다. 도저히 싸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일본과 친일파 세력에 용감하게 맞선다. 승산이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주인공인 안옥윤(전지현)은 말한다. "이렇게라도 알려야지. 우리가 계속 싸우고 있다는 걸." 최 감독은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다양한 자세, 친일로 돌아서는 배경 등을 적나라하게 관찰한다. 시대적 배경이나 주제의식에 얽매이지 않고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사실적인 묘사에 신경을 썼다. 그러나 영화와 현실은 다른 세계다. 친일파는 청산되지 않았다. 부도덕한 일부 재벌은 여전히 사회정의를 비웃는다. 극장에서라도 현실을 잊고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한다는 건 꽤 씁쓸한 경험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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