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중국 정부가 20일 오전 개최할 예정이던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중국정부는 애초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에 베이징(北京)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중국군 고위당국자 등을 불러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열병식 준비상황 등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중국 정부가 열병식 기자회견을 취소한 것은 열병식 준비 상황이 미진하거나 의외의 상황이 생겼을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기자회견에는 열병식 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인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작전부 취루이(曲叡) 부부장, 열병식 연합지휘부 판공실 상무 부주임인 왕순(王舜) 베이징군 부참모장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중국당국이 이 자리를 통해 열병식에 참가하는 병력 규모나 최신 무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올해 열병식에서 중국의 전략미사일 운용 부대인 제2포병이 현재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ㆍDF)-31B'를 열병식에서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작년 9월 첫 발사에 성공해 실전 배치를 앞둔 둥펑-31B의 사거리는 1만1200㎞로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열병식에서 차세대 ICBM으로 주목받는 둥펑-41이 선보일지도 주목되고 있다. 사거리 1만4000∼1만5000㎞의 둥펑-41은 목표물 명중 오차율이 120m 이하로 둥펑-31A(300m)보다 훨씬 정교할 뿐 아니라 다탄두 장착기능(MIRV)도 갖추고 있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핵미사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 신형 전략폭격기 훙(轟)-6, 젠(殲)-10, 젠-11B 전투기 공중조기경보기 쿵징(空警)-2000 등 전력배치된 공군전력은 물론 해군의 젠-15, 젠쿵(殲空)-7, 최신 헬기 즈(直)-9, 즈-10, 즈-11 등도 열병식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일 베이징 교외인 퉁저우(通州) 상공에서 진행된 리허설에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최대 규모인 189대의 군용기와 헬기를 투입한 것이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중국 당국이 열병식을 통해 국제 위상 강화를 꾀하고 있어 열병식 참가 인원도 역대 최고가 될 가능성이 있다. 건국 60주년 국경절인 2009년 10월 1일 진행된 열병식에 동원된 중국군 병력은 8000여 명으로 10년 전 1만1천 명보다 줄었지만, 올해는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열병식에는 중국의 7대 군구(육군)와 해군, 공군, 제2포병, 무장경찰(준군사조직), 지휘부인 군 4대 총부 직속단위 등에서 차출된 대원과 군 장비들이 참가한다.
한편, 중국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에게 초청장을 발송했지만, 아직까지 이들의 참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과 몽골 정상들이 참석을 확정 지은 상황이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20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9월 3일 베이징에서 개최될 예정인 '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전승절)'에 참석하기 위해 9월 2일부터 4일까지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 수석은 또 "박 대통령은 9월 3일 오후 상하이를 방문해 4일 개최되는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열병식 참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주 수석은 "열병식 관련 상세 사항은 제반 사항을 파악하면서 검토중이고 앞으로 적당한 때에 알려드리도록 노력하겠다. 현재는 정해진 게 없다"고 답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참석 여부에 대해선 "북한 인사의 참석과 관련해 특별한 움직임이 파악된 것은 없다. 아베 총리의 참석 여부도 확정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고 주 수석은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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