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기엔 위험 대비…노후엔 안정 소득에 집중되는 의료비까지 보장
개인별 보장수준 미흡…한국형 리스터 연금 도입 등 정부 지원 필요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 21년간 직장생활을 해온 40대 후반의 김모씨는 월 소득이 450만원이다. 집을 포함해 현재까지 모은 자산은 5억원 정도. 김씨는 노후에 대비해 국민연금 외에 개인연금보험을 가입했다. 7년간 보험료를 납부했고 향후 7년간 연복리 3.55%로 보험료(30만원)의 두 배를 추가로 납부한다는 가정에서 55세부터 월 22만1000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의 아내가 가입한 개인연금 보장까지 합치면 사망시까지 예상 연금액은 총 52만원. 또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에 가입된 상태로 55세에 무배당 즉시연금보험에 일시납(1억7400만원) 가입하고 5년 거치한다는 계획을 세워 60세부터 83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65세부터 지급되는 국민연금 127만원까지 합치면 노후예상 총 소득은 262만원에 달한다. 퇴직한 이후 노후에도 직장생활을 할 때 소득의 절반 이상이 보장되는 셈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 활동기에는 불의의 사고로 인한 가계의 소득 단절에 대한 위험에 대비할 수 있고 은퇴 이후에는 경제활동기 동안 적립한 금액을 활용해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 특히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구조 변화로 국민의료비 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노후에 집중되는 의료비 보장도 가능하다.
19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고령화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는 2017년에 고령사회(65세 노인 인구 비율 14% 이상)에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화로 인해 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분야를 중심으로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2060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9%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있지만 노후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개인별 보장수준은 미흡하며 사회적 부담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연금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은퇴 후 적정 생활비는 퇴직 직전 소득의 60% 수준이지만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한 수급자의 실질소득대체율은 20%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의 생애의료비 중 65세 이후 발생하는 비중이 50%를 넘을 정도로 노후에 의료비 지출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 1인당 생애의료비는 1억원을 상회하고 있지만 이 중 건강보험 보장률은 62.5%에 불과하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인 10명 중 9명 이상이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며 "특히 복합만성질환 노인환자의 증가로 노후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적연금을 통한 개인의 자발적 노후준비를 유도하고 소득보장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개인연금보험이 공적연금을 보충하는 노후소득 원천으로서 보다 발전하기 위해 정부의 세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국가 재정을 통한 공적 사회보장체계만으로는 빠르게 증가하는 다양한 위험 보장수요를 감당하기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리스터 연금 도입에 대한 의견도 나온다. 보험선진국인 독일의 경우 연방금융감독청이 심사 및 인증한 금융회사의 연금상품에 대해 가입자에 정부보조금을 지급하는 '리스터연금'이 운영되고 있다. 연금지급개시연령은 60세 이후 또는 공적연금 수령시점 이후로 가입할 경우 정부에서 소득 및 조건에 따라 일정금액(정액)의 보조금이 보험료로 납입된다.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은 "노후준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지원이 부족해 개인차원의 노후준비도 미흡한 수준"이라며 "노후는 물론 세대별로 이어지는 다양한 사회적 위험을 스스로 준비하는 인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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