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5년 전인 1750년 8월18일 태어난 안토니오 살리에리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곡가 중 한 명이다. 그를 얘기할 때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하고 열등감에 시달리던 영화 아마데우스 속의 캐릭터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주변에 자신과 비슷하거나 같은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느낀 나머지 자신이 그들을 앞설 힘이 없으며 조력자로서 활약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경우를 '살리에리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심지어 그가 질투에 눈이 멀어 모차르트를 독살했다는 의혹이 사실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살리에리는 진짜 천재를 질투한 범재에 지나지 않았을까? 또 모차르트 독살설의 진실은 무엇일까.
손색없는 궁정 음악가였던 살리에리에게 천재가 될 수 없는 범재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은 그의 사후 푸시킨이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발표하면서부터다. 이 작품에 영감을 받아 영국 작가 피터 섀퍼가 희곡 '아마데우스'를 발표했고 이 작품을 밀로시 포르만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 이후 살리에리는 모차르트 살인자가 됐다. 하지만 실제로 음악가로는 오스트리아 최고 자리에 올라 훨씬 지위가 높았던 그가 모차르트를 독살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한다. 독살설은 후세 사람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에서와 달리 살리에리는 존경받는 작곡가였다. 하이든과 친했으며 슈베르트, 베토벤, 리스트의 음악 스승이기도 했다. 베토벤은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을 그에게 헌정했다. 슈베르트의 전기 속에서 그는 고마운 살리에리 선생님으로 그려진다. 특히 모차르트가 죽은 뒤 미망인인 콘스탄체는 아들 프란츠 크사버 모차르트를 살리에리에게 맡겨 음악을 배우게 한다. 독살설에 근거가 있었다면 모차르트의 아들이 살리에리의 제자가 됐을리 없다는 것이 후세의 평가다. 다만 모차르트의 상태가 급속하게 나빠져 죽음에 이르렀다는 점 때문에 독살설이 제기됐고 근거는 없지만 그 배후에 살리에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당시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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