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고]위기의 연안을 지키는 지혜

시계아이콘01분 41초 소요

[기고]위기의 연안을 지키는 지혜 김영석 해양수산부 차관
AD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매년 여름이면 다시 인기차트에 오르는 한 가수그룹의 노래가사이다. 예나 지금이나 해변은 평범한 우리 삶의 일상을 잊지 못할 순간들로 만들어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해변은 추억을 담은 영화나 음악의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하고 우리의 기억 속에도 한번쯤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사람들의 추억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다. 하지만 우리의 해변은 침식이 심화되면서 위협받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2014년에 실시한 총 250개 해안에 대한 연안침식모니터링 결과 약 44%(109개소)가 침식이 심각하거나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어항, 항만 등의 조성과정에서 인공시설물의 설치로 발생한 경우가 더 많다. 우리나라 전체 해안선 14,962㎞로 섬지역을 제외한 해안선 길이는 7,755㎞이다. 이 중 절반을 넘는 51.4%(3,982㎞)가 자연해안선이 아닌 인공해안선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정부는 연안침식에 대해 주로 연안정비사업을 통해 대응해 왔다. 2000년부터 시작한 연안정비사업은 연안의 침식을 줄이고 친수공간을 조성하는 데 상당부분 기여해왔다. 그러나 침식이 우려되는 연안에 대해 사전적으로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제 연안관리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국, 미국, 호주 등과 같은 주요 연안국에서는 도시계획 등과 같은 공간관리 수단을 연안침식관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영국의 해안선관리계획(Shoreline Management Plan)은 전체 연안의 침식을 평가ㆍ예측해 침식이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개발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연안정비사업의 한계를 보완하고 연안침식문제를 보다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2014년에 '연안침식관리구역 제도'를 도입했다. 연안침식 관리구역은 침식피해가 심각하거나 우려되는 지역을 위주로 지정하며 침식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지역도 포함한다.


이 구역에서는 침식을 유발시키는 행위가 제한되며 침식 원인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모니터링에 근거해 침식 대응사업을 선제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연안침식관리구역의 지정을 통해 사전적이고 통합적인 침식관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8월 해수는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삼척 맹방해변, 울진군 봉평해변, 신안군 대광해변, 세 곳을 연안침식관리구역으로 지정했다. 연안관리법상 지정기준을 바탕으로 과학적 타당성, 정책적 효과성,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해 선정했다. 이 해변들은 대규모 골재 채취, 어항시설 설치, 발전소와 항만시설 설치 등으로 침식이 심각하거나 침식이 우려되는 지역을 포함한다.


연안침식관리구역으로 지정한 해변은 정부가 집중관리하게 된다. 이 지역에서는 침식을 유발하는 행위가 제한되고 침식대응에 관한 관리계획을 수립한다. 이 계획은 침식대응에 관한 과학적인 분석과 침식대응 수단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관리계획은 연안침식관리에 관한 종합적인 로드맵인 셈이다.


연안침식관리구역은 과거의 연안정비사업에 비해 과학적 분석, 넓은 지역에 대한 고려, 장기적 안목을 전제로 효과적인 정책적 수단이 될 수 있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당장의 효과를 바라기보다는 침식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지혜로운 자세와 느긋함이 필요하다.


연안은 본연의 생태적ㆍ환경적 기능을 지닌 공간이며 추억이 담긴 우리 삶의 터전이자 개발의 과정이 아로새겨진 역사적 공간이자 우리 삶에 여유를 주는 힐링공간이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연안의 위대한 가치를 지켜나가겠다는 새로운 시각을 갖는다면 연안은 침식으로부터 얼마든지 지켜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새로운 정책적 시도의 하나가 바로 연안침식관리구역이다. 이 제도가 과거 연안침식관리의 한계를 극복해 우리연안을 지키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차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