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오너 리스크'가 커진 롯데그룹주(株)에 증권가가 눈높이를 확 낮추고 있다. 롯데그룹 일부 계열사는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에 이어 경영권 분쟁 불확실성까지 삼중고 덫에 빠진 모습이다.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새 롯데쇼핑, 롯데하이마트 등 롯데그룹 계열 상장법인에 대해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 하향 의견을 낸 증권사 보고서는 20여건에 달했다.
주력 사업 부진으로 2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롯데쇼핑에 대해서는 10일 하루에만 13곳의 증권사가 보수적 투자 전략으로 돌아서면서 혹평을 쏟아냈다. 최근 롯데그룹 관련 지배구조 이슈로 주가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외 사업부의 경쟁력 약화 우려마저 제기돼 펀더멘탈 개선에 기반한 주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불거진 경영권 분쟁에 따른 오너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며 "경영권 분쟁의 종료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노력 없이는 당분간 주가 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연간 수익 예상을 하향하면서 목표주가는 25만원으로 내렸다.
롯데쇼핑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7조2000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35.3% 감소한 2022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큰 폭 하회했다. 백화점 등 주력 사업의 수익성 악화 탓이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모멘텀 회복이 가시화할 때까지 주가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의견 '보유'와 함께 목표주가를 28만원에서 25만원으로 낮췄다.
김태홍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롯데그룹 내 일련의 내홍 사태로 인한 영업 부문의 '내우외환'에 그룹의 '내우외환'까지 겹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했고 홍성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은 위기의식으로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유안타증권은 32만원에서 23만5000원으로, NH투자증권은 29만원에서 27만7000원으로 각각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최근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은 높아졌지만 부정적 업황과 오너 리스크를 감안하면 보수적인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HMC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 키움증권, SK증권 등이 목표주가를 최대 7만원대까지 끌어내렸다. 김기영 SK증권 연구원은 "3분기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계절가전 매출액이 견조할 것으로 판단하나 출점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할 수 있는 후속 제품군이 약한 점이 부담"이라며 목표주가를 8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긍정론도 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제과에 대해 "일련의 그룹 지배구조 이슈로 1조 7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자산의 가치가 할인 평가받고 있으나 펀더멘탈의 개선 폭은 업종 평균을 뛰어 넘어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판단"이라며 "현재 확산 중인 반(反)롯데의 근거에는 오해도 있어 불매 운동의 여파가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저점 매수를 권고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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