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1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매설 사건과 관련, "(우리 군이) 적극적으로 DMZ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정두언 국방위원장,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과의 당정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으로 우리 군이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대북심리전 확성기방송도 (어제부터) 재개했고, 그걸 기초로 우선적 조치를 하고, 차후 할 것들은 검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군당국이 '혹독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실제 실행 방안이 제한되어 고심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현장에서 북한제 목함지뢰 잔해가 수거됐지만, 이 지뢰를 북한군이 매설한 장면을 실제 포착하지 못해 추정만 하는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지금까지 조사결과 지뢰가 유실됐을 희박한 가능성, 사고현장에서 수거한 잔해, 목함지뢰의 매설위치, 위장상태 등 정황증거만을 제시했다. 군당국은 현재까지 북한군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 사이에 지뢰를 설치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하고 있다. 결국 북한의 지뢰매설을 입증하려면 주변의 추가로 깔린 지뢰를 찾아내야 하지만 나오지 않을 경우 북한과의 진실공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 자료와 합참의 대북 경고성명에서도 "북한군이 매설한 것으로 확실시되는"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도 물증은 있으나 도발 주체를 명확하게 잡아내지 못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군 일각에서 이번 목함지뢰 사건이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피격 사건과 매우 닮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안함 피격 현장에서 '1번'이란 글자가 새겨진 북한제 어뢰 파편을 건져 올렸지만 이 어뢰를 쏜 잠수함(정)을 실제로 포착하지 못했다. 당시 군은 한미 연합정보를 바탕으로 130t급 연어급 잠수정이 백령도까지 접근해 어뢰를 쐈을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 국방부에서 북한군이 매설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할경우 원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군이 천명해왔던 '도발 원점과 지원세력, 지휘세력 타격' 계획은 이번에도 실행하기가 어렵게 됐다. 북한군이 매설했을 것이란 정황만 가지고 매설지점 930m 떨어진 북한군 GP(비무장지대 소초)를 타격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일부 군 관계자들은 목함지뢰 매설지역에서 가까운 북한군 GP에서 지뢰 전문요원이 투입됐을 것이라며 해당 GP를 도발 원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엔 헌장에서도 인정한 '군사적 자위권'을 실행하려면 명확한 자위권 실행 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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