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민연금법·자본시장법 개정 필요성 제기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국민연금 역할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주주로서 기업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지분투자에 따른 수익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의 사례처럼 기업 가치 하락으로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받으면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는 정치권이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이 이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탄력받을 조짐이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는 10일 오전 국민연금의 투자 현황 등을 보고받고 주주권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롯데를 포함해 국민연금의 주요 기업 투자 현황은 물론 주주권 행사 요건, 행사할 경우 장단점 등을 보고받았다"면서 "당 차원에서는 방향을 잡고 진행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야당 역시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2년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진작부터 주주권 강화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김성주 새정치연합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주주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을 개정하는데 찬성한다"고 언급했다.
또 국회 사무처도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는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국내주식의 투자위험도를 낮춰 국민연금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기도 했다.
정치권의 관심은 주주권을 강화할지 말지가 아닌 어떻게 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여당 일각에서 연금이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연기금 사회주의'를 우려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미 결단을 내린 분위기다.
현재 국민연금은 단순히 경영진이 상정한 안건에 찬반 의사만 표시하는 의결권만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주주권을 강화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다. 정보공시를 요구하는 회계장부 열람권, 검사인 선임청구권을 비롯해 주주총회 소집청구권과 주주제안권, 집중투표청구권 등 주주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이외에 유지 청구권, 대표소송제기권 등도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이는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결정된다.
특히 정치권은 국민연금법 뿐 아니라 자본시장법도 개정하자는데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기업지분 보유 목적은 단순투자로 제한돼 있다. 이 목적을 주주총회 소집과 이사 추천ㆍ해임 등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와 함께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이른바 '5% 룰'(보유주식 합계가 5% 이상일 때 5일 내에 보유 상황ㆍ목적 등을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보유상황 등을 소상히 신고해야 한다. 이 경우 기금운용전략 등이 노출될 수 있다. 국민연금에 한해 약식보고 하도록 예외규정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국회에는 주주권 행사 강화방안과 관련해 이상직 의원안 외에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다만 일부 내용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어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김 의원은 상법에 따라 부여된 주주권을 모두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반면, 이 의원은 상법을 넘어 투자자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이 의원은 주주권행사위원회 설치를 주장하자는 견해여서 현행 기금운용위원회를 이용하자는 김 의원과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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