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롯데 계열사 사장단에 이어 노조도 '신동빈' 지지
직간접적 피해 본 소비자, 협력업체, 임직원 배려는 없어
反 롯데 정서 더욱 키울 가능성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롯데그룹 37개 계열사 사장단,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에 이어 한국 롯데 노조까지 신동빈 회장 지지 성명서를 발표하고 나섰다. 경영권 분쟁을 하루빨리 종식시켜야겠다는 초조함에 신 회장에게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되지만 정작 이 사태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소비자와 주주들, 임직원들에 대한 배려는 뒷전이어서 오히려 신 회장 측에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5일 롯데그룹 노동조합 협의회는 이날 잠실 제2롯데월드에서 회의를 열고 최근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에 무한한 지지와 신뢰를 보낸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롯데 노조협의회는 롯데그룹 계열사 노조위원장 19명으로 구성돼 있다.
노조협의회는 이날 "롯데 그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논란을 신속히 해소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경영 능력과 자질조차 검증되지 않은 자와 그를 통해 부당하게 그룹을 침투하려는 소수의 추종세력들이 불미스러운 수단 방법으로 그룹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노조협의회는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이 하나가 돼 조속히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한일 롯데그룹 사장단이 신동빈 회장에 대한 충성맹세를 한데 이어 통상 경영진과 대척점에 서 있는 노조까지 신 회장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덕분에 자신을 제외한 친인척들이 똘똘 뭉치면서 수세에 몰렸던 신 회장은 점차 안정을 찾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들의 충성맹세는 롯데그룹의 폭로전에 노출돼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 대한 사과는 뒷전으로 미루고 있어 또다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37개 사장단은 그나마 결의문 서두에서 국민에게 사과했지만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나 이번 노조 성명서는 아예 이에 대한 고민의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국내 기업들 중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던 곳은 많다. 그러나 계열사 사장단이나 노조가 단체로 나서 충성맹세를 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기업의 전통적인 주군경영(主君經營)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롯데가 유통, 식품, 호텔 등 국민의 사랑 없이는 성장할 수 없었던 소비재 기업이었기 때문에 국민들의 배신감은 더하다. 이번 경영권 다툼에서 철저히 배제된 소비자와 주주들 사이에 반(反) 롯데 정서가 커지는 이유다.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롯데그룹 불매운동이 단적인 사례다.
오너가의 지나친 민낯에 롯데그룹 주식 역시 타격을 받긴 마찬가지다. 이날 롯데쇼핑과 현대정보기술 등은 5~6%대 하락했고 롯데푸드,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 주요 계열사도 2%대 이상 주가가 떨어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분쟁으로 지쳤을 국민들이나 소비자, 협력업체에 대한 배려 없이 경영진 호위에만 급급한 롯데 노조나 사장단의 낯선 모습은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뿐"이라며 "내부상황 정리와 양보를 통해 하루 빨리 경영을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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