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가 올 2분기 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해양플랜트 건조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이 결국 조선 3사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업계는 이번 분기에 해양플랜트 부문 적자를 대부분 털면서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해양플랜트가 안정세에 접어들지 않은데다 발주가뭄, 노사 관계 악화 등 곳곳에 암초가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조선 3사는 29일 오후 2분기 실적을 일제히 발표했다. 3사의 영업손실은 모두 합쳐 4조7509억원으로 5조원에 육박한다.
◆조선 빅3, 어닝쇼크 현실화=대우조선해양은 올 2분기 3조318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이들 중 적자규모가 가장 컸다. 매출액은 1조65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2%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2조3916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대우조선해양이 분기 기준으로 조단위 적자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간 기준으로도 2005~2006년 천억원대의 적자를 낸 적은 있지만 조단위를 넘어선 적은 없었다.
삼성중공업은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 삼성중공업은 올 2분기 매출 1조4395억원, 영업손실 1조5481억원, 당기순손실 1조15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조원 가량 적자를 털어낸 현대중공업은 1710억원의 영업손실로 다른 조선사 대비 적자 규모가 적었지만 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매출은 11조966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3%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2424억원으로 같은 기간 1172억원 늘었다.
◆사상 최악 적자…원인은 해양플랜트 부실=조선 3사가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것은 해양플랜트 손실이 이번 분기에 대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조선 3사는 2010년 이후 해양프로젝트가 대형화, 고사양화 등으로 난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턴키공사(설계·시공 일괄입찰, EPC)로 수주하면서 피해를 입었다. 발주사와 건조사 모두 경험한 적 없는 방식을 택하다 보니 혼란만 가중됐다.
설계가 자주 변경되면서 생산일정이 지연됐고 미숙련 작업자를 포함해 인력을 대거 투입하면서 전체 건조비용은 높아지고 손익은 악화됐다.
대우조선해양은 "경험이 미숙한 해양프로젝트 건조 과정에서 공정 지연 등으로 투입원가가 증가하면서 손실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극지용 반잠수식 해양시추선인 노르웨이의 송가 리그(Songa Rig) 프로젝트로만 총 1조원 상당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중공업 역시 나이지리아 에지나의 FPSO(부유식 원유생산 및 저장설비) 프로젝트와 호주 익시스 CPF(해양가스처리설비) 프로젝트 설계 변경과 공정 지연 여파가 발목을 잡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에도 손실을 예상하고 미리 충당금을 설정했지만 경험 미숙 등으로 인해 설계물량이 늘고 자재 발주가 지연되면서 예상보다 공정이 더욱 더디게 진행돼 손실 규모가 커졌다"며 "대형 해양 프로젝트 특성상 선상에 대거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협소한 공간에 따른 혼재로 생산효율도 크게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조선부문 반잠수식시추선 등 특수선박 인도지연으로 인한 추가비용 발생 ▲해양부문 해외 현장 설치공사비 증가와 일부 공사의 공정 지연 ▲선박 2000척 달성기념 특별격려금과 퇴직위로금 등 967억원 일회성 비용 발생 등이 영향을 끼치며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암초 여전…"수익개선 노력 박차"=조선 3사는 이번 분기에 손실 대부분을 털고 가는 만큼 하반기에는 실적이 소폭이나마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조선해양은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지난해 대거 수주한 고부가가치 선박의 건조가 하반기 이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전사적 점검을 통해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수익개선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역시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수립, 조기 실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예상되는 모든 리스크를 도출해 반영한 만큼 향후 추가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유사 문제 재발을 방지하는 한편 극한의 원가절감을 통해 손익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은 이와 더불어 책임경영 차원에서 임원수를 줄이고 유사기능 통폐합을 통해 중복기능을 제거,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조직을 개편할 계획이다. 생산과 직결되지 않는 비효율 자산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도 개선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공정 안정화와 생산성 향상, 원가 절감, 수익성 위주 영업 활동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앞으로의 경영환경도 그리 밝지 만은 않아 보인다. 2분기 반영된 해양플랜트 부실은 모두 2011~2013년 사이 수주한 물량이다. 조선 3사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해양플랜트 수주에 신중을 기하고 있지만 이후 수주건이 말썽을 일으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해양플랜트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주가도 골칫거리다. 대우조선해양은 손실을 누락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2주 새 1만2000원대에서 7000원대로 40% 가까이 하락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같은 기간 12%, 20%씩 내렸다. 조선 3사가 실적 발표를 주식시장이 마감된 오후 5시로 잡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는 당분간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진한 임금협상으로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는 등 노사 관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의 저주가 올해 조선업 전체를 잡아먹고 있다"며 "혹독한 수업료를 치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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