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현대자동차의 터키공장(HAOS)이 해외 시장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판매량이나 매출 규모로 보면 현대차 10개 해외공장 중 하위권에 속하지만 분기별 성장폭은 최상위다. 유럽의 소형차 생산거점으로 자리잡은 데다 현지에서의 수요도 꾸준해 장기 성장까지 기대된다.
30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 상반기 터키공장은 1조495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8%에 달하는 성장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690억원보다 2000억원 더 늘었다.
배경에는 단연 판매량 증대가 있다. 2분기에만 6만1000대를 팔며 1분기(5만3000대), 전년동기(5만6000대) 실적을 모두 10% 안팎 앞질렀다. 상반기 실적을 합친 판매량 역시 11만5000대로 9만7000대에 그친 지난해보다 17%나 증가했다.
터키 수요를 끌어올린 모델은 'i20'다. 지난해까지 'i10'에 밀리던 판매 순위를 역전, 올 상반기 터키공장 전체 판매량 11만5000대 중 절반이 넘는 6만5000대를 'i20'가 채웠다.
'i10'과 'i20'의 꾸준한 성장세도 주목할 대목이다. 현대차는 터키공장에서 i10과 i20 생산을 시작하면서 2013년 10만2020대의 생산량을 2014년 20만3157대로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본사에서의 관심도 어느때보다 높다. 터키에서의 새 모델 출시를 앞두고 지난해 정몽구 회장이 터키 공장을 직접 방문, 터키산 i20가 유럽 판매 지형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품질 고급화에 전력을 집중해라"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결과 상반기 루블화 영향으로 러시아공장(HMMR)이 주춤하는 사이 해외공장 실적 순위에서도 러시아(11만대)를 제치고 체코공장(HMMCㆍ16만8000대)의 뒤를 잇게 됐다. 하지만 체코공장 역시 매출에서는 상반기 2조6370억원을 기록, 3조원에 육박했던 지난해보다 9%나 줄어들며 터키공장과 차이를 보였다.
다른 해외공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과 미국, 브라질, 러시아 등은 2분기와 상반기 실적 모두 전년동기보다 판매량이 줄었고 그나마 상승세를 기록한 인도와 체코는 각각 2%, 6% 내외의 성장폭을 올리는 데 그쳤다.
매출도 마찬가지다. 상반기의 경우 미국은 지난해보다 4%, 중국은 10%, 체코는 9% 빠졌다. 러시아와 브라질공장은 역대 최고치인 각각 30%, 18%의 하락폭을 보였다. 이 기간 터키공장의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18%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대조적인 결과다.
현대차 관계자는 "터키공장의 경우 앞선 1분기에도 전년대비 3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인 데 이어 2분기에도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며 "i20에 대한 현지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만큼 터키공장은 유럽 내에서도 큰 포지션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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