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2017년까지 20만개 이상의 일자리 기회를 만들기로 한 것은 그만큼 청년실업난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올 들어 청년실업률은 두 자릿수가 고착화되고 있고 청년층 취업애로계층은 115만7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저성장 기조, 일자리 미스매치 등 경제·구조적 요인에 단기 인구·제도적 요인까지 더해져 3~4년간 청년고용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청년실업 얼마나 심각하기에=2013년 기준 한국의 15∼29세 실업률은 8.0%로 장년층인 30∼54세(2.16%)와 비교해 3.7배 수준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배)은 물론 미국(2.1배), 독일(1.6배), 프랑스(2.4배), 이탈리아(3.1배) 등 주요국보다 높다. 6월을 기준으로 한 청년 실업률은 10.2%로 전체 실업률(3.9%)의 두 배를 훨씬 웃돈다.
더욱이 청년층 일자리 중 비정규직 일자리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34.6%에 달한다. 또 20대 청년층 일자리의 27.0%가 중위임금 3분의 2 이하의 저임금일자리로 파악되고 있다. 일자리의 양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상황이 열악한 셈이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직단념자 등 실업통계에 잡히지 않는 주변 노동력의 존재를 감안하면 청년실업문제는 통계에서 보여지는 것 이상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청년대책…실효성은?=문제는 대책의 실효성이다. 역대 정부의 청년실업대책은 대부분 이름만 거창할 뿐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세부 내용이 공공부문, 인턴, 해외취업 등으로 정권마다 이름만 바뀔 뿐 비슷한 내용에 머물렀던 데다, 부처별로 쏟아낸 사업들이 다수 중복되며 예산낭비가 심한 사례도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올 초 공식·비공식 석상을 막론하고 "올해 전 부처의 청년고용 관련 예산이 1조4000억원에 달하고 지난 10여년 간 스무 번도 넘는 청년고용 대책을 발표했지만 성과도 불명확하고 청년의 체감도도 낮다"고 쓴소리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이번 대책의 특징은 경제계와 협력해 추가로 신규 일자리 기회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또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해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실효성에 가장 중점을 두고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재흥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공공부문 외 민간에서 창출하는 16만개는 고용부가 집행하며 점검할 것"이라며 "협력선언도 민관 공동으로 대기업, 중견기업연합회 협조를 받아 최대한 소화하고 목표를 달성해내겠다"고 설명했다.
◆20만개 중 신규채용은 8.8만개 그쳐=정부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5만3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추가 창출하고, 경제계는 신규채용, 인턴, 유망직종 직업훈련 등을 통해 16만개 이상의 일자리 기회를 만들기로 했다. 해외취업(5000명)을 포함한 민간 신규채용이 3만5000명, 청년인턴 7만5000명, 직업훈련 2만명, 일학습병행제 3만명 등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신규채용 규모는 공공부문을 포함해 8만8000명 상당에 불과하다. 나머지 인턴, 직업훈련 등 12만5000개는 추후 정규직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 불확실한 셈이다.
특히 청년들로부터 부정적 인식이 높은 인턴제 규모가 7만5000명에 달한다. 정부는 중견기업 중심으로 양질의 인턴자리를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기존 고용정책들과 같이 양적지표를 확대하는 데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간 추진돼온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의 경우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도 명맥을 유지해올 만큼 대표적 대책으로 자리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질적관리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고 청년들의 부정적 인식과 적용제외 규정 등으로 인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연구위원은 "인턴제의 경우 잔심부름, 청소 등 단순반복 업무 사례들이 보고되는만큼 현장지도와 관리 강화가 요구된다"며 "참여기업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참여근로자의 보호를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K무브로 이름을 바꾸고 적극 추진해온 해외취업대책 역시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똑같은 사업을 이름만 바꿔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책 실효성이 떨어지고 예산낭비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실장은 "우수 사업을 중심으로 대형화하고 부진사업을 통폐합하는 등 취업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사업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이번 대책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달 중 청년 해외취업 촉진대책을 별도로 발표할 방침이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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