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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우리은행 민영화 '두루뭉술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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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21일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방향 브리핑에 나선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꼿꼿한 자세로 매각 방향을 또박또박 읽어갔다. 국내 첫 시도라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설명할 때는 고개를 들어 취재진들과 눈을 맞추는 여유도 부렸다. 그의 표정에서는 '4전5기'의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그렇다면 4번의 실패를 끝으로 우리은행의 5번째 매각 작업은 마침내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자신있게 답하기 어려운 것은 정부의 이번 매각 방식에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이 자리에서 정부는 매각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국내 첫 시도라는데 방점을 찍었을 뿐 매각의 실질적인 전략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매각이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 비춰보면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시기를 밝히지 않은 것은 민영화를 추진하는 공자위원들의 임기가 10월 만료되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 위원들은 임기가 오는 10월까지다. 10월 위원들이 교체되면 후속 인사가 이뤄질 테고 매각 작업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박 위원장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내년에는 (총선 등) 큰 이벤트들이 있는데 과연 할 수 있겠냐' 하는 걱정들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도 "매각 추진 일정을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공자위의 후속 일정도 허술하다. 다음달부터 관련 회의를 시작하지만 매각 일정을 검토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개월여간 사전 수요를 파악하고 내놓은 최선의 답이 "일정을 다시 검토하겠다"인 셈이다.


정부의 우리은행의 매각 작업은 2010년 시작됐으니 5년여에 걸쳐 아직까지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매각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지부진하다.


시장에서는 불편한 의혹들이 제기된다. "정부가 관치의 유혹을 버리지 못해 민영화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민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공자위원들의 임기와 무관하게 서둘러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는 길이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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