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종식후 여름휴가서 정국구상…만만치 않은 하반기 앞두고 고민 더해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8ㆍ15 특별사면을 실시키로 결정한 것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과 새누리당 내분으로 이반된 민심을 추스리고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동력을 재확보하겠다는 결단으로 풀이된다.
국정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제대로 된 성과 하나 내지 못한 채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 성과를 좌우할 녹록치 않은 과제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갈 길 바쁜 박 대통령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13일 청와대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8월초 메르스 종식 선언하고, 박 대통령은 이를 기점으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구상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은 잠복기의 두 배인 28일 정도 확진환자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라, 더 이상 환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8월 초 최종 메르스 종식선언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곧바로 여름휴가에 들어가 정국 구상에 몰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관 4∼5명을 교체하는 부분 개각이 우선 검토대상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교체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윤병세 외교부장관ㆍ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ㆍ윤성규 환경부 장관ㆍ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정부 출범과 함께 입각한 장수장관들도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장관을 제외하면 경질성이라기보다 분위기 일신 차원의 개각인 셈이다.
현기환 정무수석 임명을 계기로 당청관계 복원 작업은 당장 이번 주 시작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단과 16일께 청와대에서 회동할 것으로 점쳐진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여당의 '동반자 관계'를 재정립한다는 차원이다. 박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개인적인 이해관계나 당리당략을 떠나서 진실 되고 담백하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당청관계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메르스와 당청관계 등 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성공적인 집권 후반기를 위한 기본 전제조건에 불과하다. 국민들이 정책 성과를 피부로 느끼게 만드는 것은 오롯이 박 대통령에게 부여된 과제다. 메르스로 인한 내수침체뿐 아니라 그리스 재정위기 등 대내외적 악조건 속에서 경기회복의 기운을 지피는 것이 최우선이다. 서민경기 회복을 위한 추경의 집행이 늦어지거나 별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국정지지율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공공ㆍ노동ㆍ교육ㆍ금융 등 4대 부분 개혁도 사회갈등만 야기한 채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국내 문제는 대충 밑그림이 그려졌지만, 좀처럼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 외교이슈들은 박 대통령은 고민을 가중시킨다. 연내 개최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성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실속 없는 박근혜 외교'라는 오명을 씻을 수도, 국정의 발목이 잡혀버릴 수도 있다.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 중요 합의를 도출한다는 계획인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의미 있는 조치가 나올 것인지 관심을 끈다. 아울러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도 우리 나름의 명분을 찾아야하는 쉽지 않은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국내 여론에 파급력이 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주한미군 배치 문제도 박 대통령이 현명한 답안지를 써내야 할 난제 중 난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미ㆍ중ㆍ일 강대국 사이에서 '중재자 외교'를 표방해온 박 대통령이 동북아 지역 안정을 위한 큰 그림의 외교전략을 구체화하고 재평가 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일련의 과제들이 제대로 추진되고 성과가 도출된다면 내년 4월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신승을 노려볼 수 있고, 이는 원활한 집권 4, 5년차 마무리 작업으로 이어질 기반을 제공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 박 대통령은 집권기간의 40% 이상을 레임덕 상태로 보내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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