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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쟁탈전, 오너십이 승패 갈랐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7초

면세점 쟁탈전, 오너십이 승패 갈랐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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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오너의 움직임이 승패를 갈랐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는 서울 시내면세점 쟁탈전이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의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기업 오너의 적극적인 행보가 면세점 사업권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7개 대기업이 시내 면세점 확보전에 나선 가운데 각 기업들이 입지나 인프라, 상생 등에서 총공세를 펴면서 변별력 차이가 크지 않아 심사위원들이 오너 의지 등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면세점 입찰 과정에서 주목받은 인물은 단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 이 사장은 면세점 유치를 위해 수개월동안 직접 발로 뛰며 광폭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말엔 면세점 사업과 직결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현지 여행사 최고 경영진, 국가여유국, 외교부 관계자를 잇따라 만나며 '한국 관광 유치' 활동을 펼쳤다. 또 이달 초엔 면세점 사업 파트너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함께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관광산업발전을 위한 비전선포식에 참석하는 등 대외활동을 통해 면세점 입찰을 적극 지원했다. 면세점 입찰기업 프레젠테이션(PT) 심사가 진행된 지난 9일엔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을 깜짝 방문해 참여 실무진들에게 "선정되면 여러분 덕, 떨어지면 내 탓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이 사장의 이같은 적극적인 행보가 면세점 최종 사업자 선정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대기업에 주어진 티켓 2장 중 나머지 1장을 거머쥔 한화그룹도 총수의 존재감이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평가다. 한화갤러리아는 당초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 SK, 신세계 등 다른 기업들에 비해 열세였다. 그러나 김승연 회장의 든든한 지원과 그룹의 상징인 여의도 63빌딩을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우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면세점 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63빌딩을 면세점 후보지로 고른 승부수가 먹혔다고 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삼성그룹의 방산ㆍ화학 4개 계열사 인수, 2조원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인프라 수주, 1조원 규모의 태양광 모듈 수주에 이어 이번 면세점 사업자 선정까지 김 회장이 경영을 챙기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총수의 부재나 상대적으로 오너의 존재감이 약했던 기업들은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 고배를 마셔야했다. 이들 기업들은 입지 등에서 승부수를 띄웠지만 선정준비 과정을 진두지휘하면서 챙긴 김승연 회장, 이부진 사장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신세계의 경우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의 모태이자 83년 역사의 국내 1호 백화점인 명동 본점 명품관 전체를 면세점 후보지로 내놓는 것은 물론 남대문시장 활성화 공약까지 발표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왔다. 정지선 회장이 후보군들 중 유일하게 강남을 후보지로 내세우고 '영업이익 20% 사회환원'이라는 '통큰 공약'을 내건 현대백화점그룹도 마찬가지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두 곳 모두 초반에 기세를 올리다 후반에 접어들면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행보에 상대적으로 압도되는 모양새였다.


초반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혔던 SK그룹은 또 한번 '총수 부재'의 한계를 절감했다. SK네트웍스는 23년 동안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대문을 면세점 사업지로 선정하고 55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안을 내놓는 등 시내면세점을 사업 진출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며 모두 물거품이 됐다. 앞서 SK는 올 초 렌터카 1위 업체인 KT렌탈 인수전에도 뛰어들어 초반 승기를 잡았으나 막판 입찰액에서 롯데그룹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SK그룹은 2012년 2월 최태원 회장의 지휘 아래 하이닉스를 인수해 그룹의 든든한 현금창출원을 확보한 이후 3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인수합병(M&A)이 단 한 건도 없다. 기업 성장동력 확보에 오너의 존재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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