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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훈육, 남이 하면 학대?…기준은 '존중'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8초

서울시육아종합지원센터, 새로운 개념의 훈육 패러다임 제시..."존중을 바탕으로 영유아 자율적 능력 배양"...헷갈리는 훈육·학대 기준 제시 눈길

내가 하면 훈육, 남이 하면 학대?…기준은 '존중' 어린이집 아동 학대 /MBN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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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어린이집 교사 A씨는 최근 아이의 등을 무의식적으로 두 번 때렸다가 '아동 학대'로 판정받아 해임됐다. A씨는 말썽 피우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다가 답답해서 자기도 모르게 손이 나갔다며 '훈육'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동보육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A씨의 행위를 '신체적 학대'로 규정했다.

최근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이 잇따르며 아동 보육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A씨의 사례처럼 어디까지가 훈육이고 어디서부터는 학대인지를 놓고 교사나 부모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이에 대해 최근 서울시육아종합지원센터는 학대와 훈육을 가를 기준으로 '존중'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훈육'을 주창해 관심을 끌고 있다.


센터는 지난달 이같은 내용을 담은 어린이집 교사ㆍ부모를 위한 영유아 보육 관련 지침서를 펴냈다. 이에 따르면 일단 교사ㆍ부모들은 '훈육'에 대한 기존 관념부터 깨뜨려야 한다. 훈육은 잘못된 행동에 대해 영유아를 벌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처럼 말썽을 피우거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규칙과 벌로 행동을 통제하는 차원에서의 훈육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특히 지침서는 영유아에 대한 존중을 기본 바탕으로 한 새로운 개념의 '훈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영유아가 상황에 적절한 행동을 스스로 판단해 실천할 수 있는 자율적 능력을 배양해주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육교사나 부모들은 영유아와의 관계(상호작용)을 통해 A행동을 하는 것보다 B행동을 하는 것이 왜 나은지를 이해시켜 어른이 있든 없든 바람직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게 지침서의 충고다. 즉 영유아는 자기 통제가 가능하며 존중받을 권리를 가진 존재다. 교사나 부모들은 자기성찰ㆍ반성적 사고를 통해 영유아의 자기 통제 능력을 신장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스스로 성찰하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


이같은 훈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생각하면 A씨의 사례도 '학대'에 해당된다.


교사ㆍ부모 입장에선 여러 번 이야기해도 말을 듣지 않아 살살 한 두 대 때리는 것이 정당한 훈육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체벌의 강도는 아이의 입장에서 볼 때 '살살'이 아닐 수 있다. 성인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심한 공포와 수치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볍더라도 체벌보다는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풀어가려 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부모ㆍ교사가 판단하고 빠르게 해결하려고만 한 것은 아닌 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게 지침서의 충고다.


이와 함께 아이가 잘못을 해 혼을 내준답시고 높은 목소리나 화난 목소리를 내는 것도 감정이 우선시 된 경우라면 학대에 해당될 수 있다. 본인은 아이를 위한 훈육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곰곰이 되짚어 보면 자신의 화난 감정을 표출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땐 아이한테 화를 풀지 말고 왜 화가 났는지 돌아 본 후 감정을 적절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이들이 규칙을 어겼거나 부모ㆍ교사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교실 뒤에 따로 앉히거나 집에서 벌을 세우는 것도 겉으로 보기엔 냉정한 훈육일 수 있지만 재차 삼차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교사ㆍ부모는 아이의 행동의 결과만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배려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제재 조치에 앞서 먼저 영유아가 잘못을 범하지 않을 수 있도록 여러가지 조건이 갖춰져 있었는 지 살펴보고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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