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대기업 위주로 짜인 한국 기업구조, 구조조정 어렵게해"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대기업 위주로 짜인 한국의 기업구조가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해 향후 금융부실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양원근 비상임연구위원은 28일 '기업구조조정 시스템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선제적이고 상시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기 매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부실처리 비용이 급증한 사실을 지적했다. 조선, 건설업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한 STX, 동양 등 대기업이 잇따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은행의 부담을 키웠고, 그 결과 은행권의 부실처리 비용은 2005∼2007년 4조8천억원에서 2008∼2014년에는 11조4천억원으로 2.4배로 증가했다.
해외 사례도 들었다. 일본은 기업 수익성이 나빠져도 당장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상호 보조하는 기업집단 경영을 했는데, 그것이 기업과 은행의 구조조정 지연을 초래해 장기불황에 빠지는 원인이 됐다. 미국은 부실기업의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불황의 장기화를 막고 경제회복을 이끌었다.
양 연구위원에 따르면 대기업 중심인 우리나라 경제현실은 부실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는 구조다. 대기업이 집단경영을 하고 있어 경쟁력이 없는 기업도 계열사의 지원을 받아 연명이 가능하고, 대주주 경영자는 부실화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위험이 큰 프로젝트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은행이 기업의 위험도에 따라 금리를 차등화할 수 있는 리스크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채권단이 기업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토대로 구조조정 방식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관행을 정착시키고, 자본시장을 통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모펀드(PEF)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연구위원은 "부실기업을 적기에 구조조정하는 것이 기업주와 금융기관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뿌리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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