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지방자치단체의 공기업 설립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인천시가 불과 4년 전 폐지한 공기업을 부활시키려 나선 때문이다. 이름하여 ‘인천관광공사’다. 시민단체는 깊은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인천시의 올해 1회 추경예산안에서부터 묻어난다. 추경예산 규모는 당초 예산 7조7645억원보다 4642억원(5.9%) 증가한 8조2287억원으로 편성됐다. 보통교부세·소방안전교부세 1535억원을 세입으로 늘려 잡고 기존 사업비 삭감분 등을 합쳐 본예산에 반영하지 못했던 법적·의무적 경비를 충당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추경안에는 시교육청과 각 군·구에 지급해야 할 법적, 의무적 경비가 상당부분 반영되지 않았다. 시교육청의 경우 추가 세입은 90억원에 불과해 누리과정 예산 미확보분 569억원에도 한참 못미치고 있다. 자치구 역시 조정교부금 1213억원과 자동차분면허세보전분 1356억이 반영되지 않아 하반기 공무원 인건비 조차 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된 재난관리기금 미확보 예산 1606억원도 빠졌다. 시 재정형편상 어쩔수 없다는 게 인천시의 항변이다.
그런데 추경안을 들여다보면 꼭 재정형편이 좋지 않다고만을 보기 힘든 듯 하다. 신규사업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에서 인천관광공사 설립과 관련된 예산 104억원을 새롭게 반영한 것이다. 시민단체는 이를 두고 “교육청과 자치구 재정상황, 시민의 안전과 시장 공약사항을 맞바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천관광공사 설립은 유 시장의 대표 공약 중 하나다. 오는 8월 출범을 목표로 현재 시의회에 설립 관련 조례안과 출자동의안이 상정돼있다. 시는 중국 관광객 급증, 마이스(MICE)산업 육성 등 국내외 관광환경을 고려해 인천의 관광산업을 이끌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4년 전 폐지된 관광공사를 다시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관광공사에 수백억원의 설립자본금이 투입되고 출범 이후에도 수입 재원이 불투명해 시 재정을 파탄으로 내몰거라며 이를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4년 전 통폐합 이유만 봐도 그렇다. 당시 방만한 경영으로 부채만 키운 탓에 시 재정에 부담을 줬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더욱이 이번 관광공사 부활은 그때 보다 더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공사설립의 기본 설계도나 다름없는 연구용역보고서는 물론 수익타당성 분석이 엉터리로 만들어졌다며 조례안 부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수익사업 전체 예상매출액의 70%를 차지하는 면세사업이 2018년 하반기에나 가능한데도 2017년부터 면세사업 수익발생을 가정해 사업성을 분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버파크 호텔, 시티투어, 월미도케이블카 운영 등 나머지 수익사업들도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적자 운영이 뻔해 ‘제2의 혈세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는 게 시민단체가 전망한 인천관광공사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시는 부활하는 관광공사가 과거처럼 재정부담은 덜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시의 예상대로라면 다행이지만, 시민단체의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인천시 재정상황은 헤어나올 수 없는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번 없앴다가 부활시키는 공사 설립은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민단체가 유정복 시장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초강수까지 둔 배경에 대해 인천시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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