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투자자 1곳·재무적 투자자 6곳 경쟁…컨소시엄 구성한 오리온, 인수 자신감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올해 하반기 국내 최대 규모의 빅딜로 떠오른 홈플러스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이번 인수전에는 전략적 투자자(SI) 1곳과 재무적 투자자(FI) 6곳 등이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SI인 오리온-텍사스퍼시픽그룹(TPG)과 FI인 MBK파트너스, 칼라일그룹, CVC,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등이다.
홈플러스 지분 100%를 보유한 영국 테스코는 입찰 서류를 검토한 후 다음달 초 적격인수후보(Short list)를 발표할 예정이다. 숏 리스트에 오를 곳은 3∼4곳 정도로 예상된다. 다만 숏 리스트에서 떨어진 SI나 FI는 숏 리스트에 오른 후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 테스코가 매각가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예비입찰 이후부터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컨소시엄 형성이 본격화되면 그간 숨어있던 인수의향자들이 수면 위로 오를 전망이다. 테스코는 8월 적격인수후보자에게 홈플러스 실사 기회를 부여하고, 본입찰을 거쳐 10월에 거래를 완료할 예정이다.
현재 오리온과 TPG는 재무전략 자문사로 노무라증권을, MBK는 씨티증권과 도이치증권, 칼라일은 UBS, CVC는 JP모간, 어피니티는 크레디트스위스(CS), KKR은 모간스탠리를 고용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이번 인수전은 누가 더 강력한 동반 투자자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홈플러스의 기업가치 기준이 7조∼8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단독 인수로는 승산이 없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IB업계에서는 SI보다 FI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이번 인수전의 관언은 무엇보다 총알(돈)인데 SI보다 FI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스코는 인수전에 앞서 칼라일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는데, 이때 제안 가격이 40억파운드(6조5500억원)였다. 즉 테스코가 원하는 매각 희망가격이 7조원 이상이라는 방증이다.
FI가운데 KKR은 2013년 6월에 조성한 아시아지역 투자 펀드가 60억달러(한화 6조6700억원)에 달하고, 칼라일과 어피니티도 지난해 각각 39억달러(4조3300억원), 38억달러(4조2200억원)의 펀드를 조성했다. 대형 거래에 목말랐던 FI들에게 7조원 이상의 홈플러스가 투자 검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SI로 참여한 오리온에 대해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홈플러스를 인수하기에는 그룹 규모가 크지 않아서다.
오리온은 국내에 오리온, 쇼박스, 오리온레포츠(농구단) 등 3곳과 해외에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9곳의 계열사를 두고 있지만 보유 현금이 3000억원에 불과하다.
홈플러스를 인수하려면 대규모 차입과 자산 매각, 중국 오리온 상장 등 대규모 재무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
인수합병(M&A) 시장 관계자는 "오리온이 자금을 마련한다 해도 FI가 맞붙는 인수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지난해 11조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한 테스코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쪽에 매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TPG와 손잡고 인수에 나서는 오리온은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오리온은 내부적으로 2조원 중반 정도의 자금을 넣으면 1대 주주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홈플러스 인수 의지가 대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리온은 보유 자사주 전략을 매각해 홈플러스의 지분 35% 정도를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쉽지는 않겠지만 내년 창립 60주년을 맞는 오리온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지 지켜볼 일"이라며 "만약 오리온이 홈플러스를 인수한다면 제조와 유통채널을 함께 갖게 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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