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하며 분쟁 중인 미국계 헤지펀드 앨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이번엔 삼성물산 이사회를 정면 공격하고 나섰다.
엘리엇은 26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제안에 대한 엘리엇의 추가 관점'이라는 자료를 내고, "삼성물산 이사회가 사업·자산의 실질적 가치를 무시했고 제일모직의 수익성 성장에 대해서는 투기적인 예측을 했다"며 "이사회의 주주 가치에 대한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공격했다.
이어 "이사회의 분석은 독립적인 분석이나 자문을 근거로 하지 않고 서둘러 결정한 일의 모든 특징을 담고 있다"며 "삼성물산 이사회는 합병비율 산정을 규정하는 시행령 요건만을 내세우며 그 뒤에 숨고자 한다"고 공격했다.
삼성물산 이사진들이 모든 합병 절차가 '합법적'이라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엘리엇은 역으로 이사진들이 법적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엘리엇은 "법정요건의 불가변성으로 인해 적용 가능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경우 이사들은 어떠한 합병계약도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며 법적으로 명시된 이사진들의 의무를 언급했다.
대한민국 상법 제 382조의 3(이사의 충실의무), 민법 제 861조(수임인의 선관의무), 삼성물산 정관 제 23조의 2(이사의 선관주의 의무) 등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 삼성물산 이사회에 배임 등을 문제삼기 위한 사전 조치로 보인다.
엘리엇이 이사회에 대해 공격하고 나선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일정지분을 확보하고 이사회의 문제점을 지적, 경영참여 의사를 밝히고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엘리엇의 과거 사례에서도 나타났던 모습이다. 이사회 분리나 CEO교체, 배당 확대 등의 안건을 요구하며 지분을 늘린 뒤 주가가 고점에 이르면 지체없이 이를 팔고 나가는 방식을 취해 왔다.
한편 엘리엇은 이날 "삼성물산 이사회의 주주가치에 대한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며 합병과 관련한 모든 서류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엘리엇 측은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평가했던 딜로이트 회계법인과 김앤장 법무법인의 독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 제일모직에 대한 기업실사가 다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일모직의 평가에 대해 엘리엇은 "딜로이트는 1999년부터 2014년 말까지 제일모직의 회계감사를 맡았었다는 점에 주목, 자문의 독립성에 문제를 제기한다"며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이번 합병 발표 약 6개월 전에 이뤄진 제일모직의 공개 상장에 대한 법률 자문으로 활동했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추가 공격과 관련, "헤지펀드의 근거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라며 여론전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주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없다"며 "지금까지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합병 정당성을 설명했고 기업의 미래와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합병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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