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지정된 '국민안심병원'을 찾는 이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15일 오후 국민안심병원 운영에 들어간 서울백병원의 출입구 현수막도 안심할 수만은 없게 했다.
누구나 병원에 들어가려면 체온계를 통과해야 한다. 출입구 계단에 올라서자마자 마스크를 쓰고 눈만 내놓은 병원 직원들이 다가와 '이마체온계'를 댄다. 기자의 체온은 36.6℃. 정상 체온 범위여서 무사 통과했다.
바로 뒤 이어 갑작스러운 두드러기 증상에 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여성 환자를 두고는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체온을 재보니 병원 옆에 마련된 '메르스 환자 선별 진료소'로 안내해야 하는 37.5℃가 나왔기 때문이다. 방금 다른 병원을 다녀온 후 열이 올랐다는 보호자의 말에 의료진까지 나와 긴장한 표정으로 '메르스 환자 발생 및 경유 병원' 리스트를 뒤적였다. 환자가 다녀온 H병원이 리스트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의료진은 환자에 '메르스 확인 문진표'를 작성케 했다.
문진표에는 ▲체온 37.5℃ 이상 ▲기침ㆍ콧물ㆍ호흡곤란 ▲해외여행(중동지역) ▲의심환자와 접촉(14일 이내) ▲최근 한달 이내 발열, 호흡기 증상으로 타 병원에 내원한 적 있는지를 체크하도록 했다. 환자가 문진표를 작성한 후 주민번호와 이름, 병원에 함께 온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적는 동안 다시 한 번 좀 더 정확하다는 '귀 체온계'로 온도를 잰 의료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37.4℃로 체온이 소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소란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적어도 병원 내부에 '발열환자'가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시민들도 적지 않아 그동안의 정부의 안이한 메르스 대처로 누적된 불신이 안심병원에도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였다.
손목을 다쳐 정형외과에 내원했다는 손모(남ㆍ40대)씨는 "이 병원이 안심병원 리스트에 있다는 것을 알고 오기는 했지만 늘 오던 병원을 왔을 뿐이지 일부러 찾아온 것은 아니다"며 "또 무슨 정보를 감추고 있을지 몰라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정기 검진을 받으러 방문했던 김지영(여ㆍ27)씨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메르스포탈에서 안심병원 관련 정보를 자주 찾아보는 편인데, 이번에 안심병원으로 지정된 병원 중에 메르스 환자가 있었던 병원도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일반 병원 대신 안심병원을 찾을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15일 기준, 161개소의 메르스 의심환자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국민안심병원을 지정했으며 '메르스 감염 위험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병원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택시기사 방모(남ㆍ67)씨는 "메르스 때문에 관광객을 비롯해 손님도 줄어서 안심병원을 지정해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심하라'고 말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안심 병원 명단은 복지부가 운영하는 메르스 포털(www.mers.go.kr)이나 대한병원협회 홈페이지(www.kha.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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