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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땡이 대학생, 경찰청장·CEO까지 올라 선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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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찾은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후배들에게 '꿈을 가져라, 적당히 살지 말고 죽도록 노력하라'

농땡이 대학생, 경찰청장·CEO까지 올라 선 '비결'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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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저는 공부하는게 제일 쉬웠습니다."


37년만에 모교를 찾은 선배는 후배들을 앞에 두고 이같이 말했다. 12일 영남대 법정관 아너스홀에 모인 학생들의 눈초리가 올라갔다. 팔짱을 끼는 학생도 생겼다. 하지만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전투경찰로 입대해 많은 고생을 했다. 35도가 넘는 날씨에 화장실 똥을 치우면서 떨어지는 똥을 얼굴로 맞아야 했다. 선임병의 구타도 당했고 억울한 일도 많았다. 배고픈 일은 일도 아니었다. 보초 설 때가 그나마 평온했다. 달과 별을 보면서 부모 형제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사회에 나가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 사장은 입대하기 전인 대학 2학년까지의 자신을 '농땡이'라고 표현했다. 운동을 좋아해 축구, 야구, 탁구 등 교내 체육대회를 휩쓸 정도로 열심히 놀았다.

"고참이 돼서도 후임병에게 일을 맡기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FM으로 생활했다. 그렇게 3년을 복무하고 제대했다. 사회에 나오니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이라는 꿈을 쫓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복학하고 가장 먼저 도서관에 들어가, 가장 늦게 나왔다. 군대생활하는 것처럼 공부했다. 군생활보다 공부가 훨씬 쉬웠다."


김 사장은 대학을 졸업하는 해에 경찰 간부후보 27기로 합격했다. 이후 수석으로 졸업(대통령상)했다.


"입교하는 날 아버지께서 택시를 타고 동대구역까지 배웅해주셨다. 그때 '아부지, 저 경찰청장이 되겠습니더.'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는 '훌륭한 경찰이 되라'라고 답하셨다. 그날부터 내 삶의 목표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휼륭한 경찰'로 정해졌다."


김 사장은 "포기하지 않고 나는 할 수 있다(I can do it)고 도전해야 한다"며 "여기 앉은 여러분들도 지금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빠른 답은 노력"이라며 "적당히 한 것을 노력했다고 하지 말고 죽을 힘을 다한 후에 노력했다고 말하라"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사장은 "공직자로서 노력하는 것은 본분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사태는 결국 선장 등이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지 못해 일어난 결과"라며 "경찰도 자신의 본분인 법 질서를 확립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장까지 했는데 왜 강남에 살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들어 온 적이 있다"며 "경찰이라는 본분에 충실해 살았다. 아무리 알뜰하게 살아도 강남은 불가능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돈 없는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바르게 열심히 사는 게 공직자의 길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자부심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이외에도 외교관 시절, 서리 어린 한일관계에도 일본에 거주하며 힘들게 살고 있는 58만 동포들을 위해 힘썼던 사례와 현재 몸을 담고 있는 한국공항공사에서도 직원들이 본분에 최선을 다한 결과, 만년 적자 공항이 흑자공항으로 돌아선 사례 등을 후배들에게 열거했다.


김 사장은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은 없다. 여러분과 같은 나이에 불성실의 대표자 였던 제가 경찰청장, 외교관, 이제는 CEO까지 맡고 있다"며 "오늘 지금부터 스스로를 믿고 시작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마무리했다.


학생들의 눈초리는 어느새 내려앉아 있었다. 대신 취업난에 지친 눈에는 잊혀져 있던 생기가 서렸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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