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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조각' 송진화·'글씨 그림' 유승호 신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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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나무 조각' 송진화·'글씨 그림' 유승호 신작전 송진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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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조각' 송진화·'글씨 그림' 유승호 신작전 송진화 作


◆송진화 '너에게로 가는 길' = 짧은 숏커트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작가의 표정이 차분하면서도 소녀같다. 그의 손은 그간의 노동을 보여주듯 자잘한 상처도 있었고 단단해 보였다. 나이 마흔 즈음 작업을 시작한 지 이제 15년째. 8회 개인전에서 작가의 신작들은 좀 더 밝은 기운을 뿜어냈다.

조각가 송진화(53). 나무에 자신을 닮은 듯한 여자 인물을 새기는 작가다. 조각 인물은 캐릭터처럼 현실적이진 않다. 둥근 두상과 긴 눈, 코와 입은 볼수 없는 얼굴 그리고 원피스를 새겨넣었다. 머리와 볼은 온통 핫핑크다. 무언가 자신을 대접해주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런 색깔이다.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그동안 '아. 내가 참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인데 그동안 강한척 했구나. 그게 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시 제목 '너에게로 가는 길'은 바로 나의 참 모습을 찾는 길"이라고 했다.


작품 중에는 거울 속에 비춰진 인물 조각의 모습, 캐릭터화된 강아지를 앉거나 타고 있는 형태, 아기가 마치 엄마 뱃속에서 거꾸로 웅크려 있는 자세 등 여러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한 마리를 키웠는데, 작년 4월 16일에 생을 다했다. 공교롭게도 세월호 사고가 난 날이었다"고 했다. 인물 조각 외에도 색을 칠하지 않는 나무 토르소 작품도 나왔다. 작가는 "이 형태가 계속 이어질진 모르겠지만, 최근 새롭게 만들어진 변화"라고 했다.


작가는 "아직 15년밖에 안됐으니 청년작가나 다름없다. 전반부 보단 지금, 뭔가 편안해진 느낌이다"며 "아기 조각의 경우, 누구에게나 내면엔 심리적으로 '아직 자라지 못한 아이'가 있다. 나도 인지한지 얼마 안됐다. 그런 부분을 감싸 안아주고 싶어 만들었다. 그렇다고 이를 '상처'라 말하긴 싫다"고 했다.


원래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13년간 미술입시학원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그때는 작업을 할 수 있으리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돈이고 뭐고 다 싫어졌다. 그저 끄적끄적 그림을 그렸다. 그러던 것이 스트로폼 부조 그림 작업을 하게 됐고, 이후 우연히 나무조각을 하나 만들게 됐다. 그때부터 "몸을 쓰는 게 나와 잘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톱과 끌을 들고 몸 쓰는 그런 작업.


그의 작업은 계획을 미리 잡거나 생각하고 시작하진 않는다. 머리는 작동되지 않는다. 나무의 형태와 맞춰 깎다보면 작품이 완성된다. "사실 나무는 그 자체로 예뻐요. 그래서 뭘 해도 멋드러지죠. 옹이지거나 갈라진 그대로 나무를 깎아 만들어요." 은행나무, 느티나무, 버려진 나무. 작품의 재료가 되는 수종 역시 크게 구애받지 않은 듯 하다. 7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아트사이드갤러리. 02-725-1020.


'나무 조각' 송진화·'글씨 그림' 유승호 신작전 '뇌출혈 natural', 182.2x227cm, pigment, ink on paper,2015


'나무 조각' 송진화·'글씨 그림' 유승호 신작전 머리채를 뒤흔들어, 101.5x81.2cm, ink on paper, 2015


◆ 유승호 '머리채를 뒤흔들어' = 깨알 같은 '글씨 그림'으로 잘 알려진 유승호 작가(42)가 신작을 선보였다. 산수화 등 명화를 바탕으로 글씨로 새겨 그린 작품들이 꽤 알려져 있는 작가가 이번엔 전혀 다른 그림들을 소개했다. 4년 이상 고심한 끝에 화폭에 담아낸 새로운 변화다.


전시장엔 이전 작품과 신작이 함께 어우러졌다. 기존 작품에는 숭고하고 가치가 발하지 않는 단단한 산수화에 주기도문이 펜으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일찍 부친을 여읜 작가의 '뿌리 찾기'와 같은 심리가 이처럼 명화와 주기도문 등으로 발현된 것.


그런데 신작들은 좀 다르다. 해독할 수 없는 글씨가 마치 그림처럼 그려져 있는가 하면, 신윤복의 춘화를 차용하면서도 바탕에는 마치 아랍 글씨 같은 형상, 목욕탕 표시와 같은 현실적인 이미지가 올려져 있다. 고구려벽화에서 볼 수 있는 씨름하는 인물들과 불화에서 볼 수 있는 불상이 거꾸로 그려져 있다. 전통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화문과 구름 문양도 보인다. 한켠엔 작가의 아들이 스케치한 캐릭터나 용 그림을 확대해 뜯어내기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이나 먹물로 드로잉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신작들에선 이처럼 작가의 '새로움'을 향한 갈증과 해소를 느낄 수 있다. '뇌출혈 natural'과 같은 작품명에서처럼 선문답과도 같은 그의 작업에서 어떤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경계를 넘나드는 태도도 엿볼 수 있다.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머리채를 뒤흔들 만큼' 어떤 것에 대해서도 생각과 마음을 모두 비운 상태로, 무의식에 집중해 이미지와 텍스트를 넘나들며 많은 것들을 뒤섞는 과정이 작품에 담겨있다. "뿅~ 이죠. 뽕이기도 하구요. 그러다 뻥이 되다가 뻥~하고 터지는 거지요!"(작가 노트 中)


이번 전시는 서울 서초동 페리지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 갤러리는 개관한지 1년 남짓 된 전시공간으로 KH바텍이 운영하는 비영리기관이다. 40대 작가들의 전시가 주를 이루며, 신작이나 미공개작이 전시 작품 수의 절반 이상이 되도록 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오는 8월 8일까지. 070-4676-7032.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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