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재정난에 허덕이는 인천시가 곳간을 채우지는 못할 망정 되레 거액의 ‘세금폭탄’을 맞게 됐다. 최근 대기업을 상대로 세금추징에 나섰다가 잇달아 낭패를 봤는데 뜻하지 않게 수백억원의 세금을 내야할 입장에 처하게 돼 더욱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중부국세청은 지난 2월 시 산하 공기업 인천교통공사에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 894억5300만원을 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 2012년 인천터미널을 롯데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불어난 감정평가액을 거래 차익으로 본 것이다.
중부국세청은 교통공사가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고의로 자산을 실제 가치보다 낮은 금액으로 시에 넘겼다고 보고 있다.
시와 교통공사는 이에 불복해 지난 3월 조세심판을 청구, 최근 심판관이 배정돼 본격적인 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시는 교통공사 소유였던 인천터미널을 2012년 8월 현물로 반환받아 롯데에 매각했다. 반환 당시 인천터미널 감정평가액은 5623억원이었다. 그러나 반환 직후 시가 일반상업지구이던 인천터미널 부지 용도를 중심상업지구로 변경하면서 땅값이 상승, 같은해 9월 매각 전 재평가에서 평가액은 8682억원이 됐다.
시 관계자는 “인천시 납세보증으로 6개월 징수 유예를 받은 상황이라 이 기간내 조세심판을 통해 과세의 부당함을 적극 개진할 계획”이라며 “최근 심판관이 배정됐으나 국세청 답변서와 우리 측의 이의와 증빙자료 제출 등의 절차를 거쳐야하므로 조세심판관회의가 열리려면 좀더 시간이 걸릴것 같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또 지난해 개최한 인천아시안게임과 관련해서도 자칫 국세 수백억원을 낼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시가 아시안게임 유치 당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대신 세금 납부를 약속한 게 화근이다.
233억원의 ‘흑자’를 예상했던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는 이보다 많은 세금을 뱉어낼 경우 ‘적자 대회’라는 오명을 남기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조직위는 2012년 OCA에 6000만달러(약 600억원)의 인수금을 지불하고 대회 마케팅 권리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OCA는 개최도시인 인천시와 체결한 계약서에 따라 마케팅권리 인수금에 대해 세금납부 의무를 면제받게 됐고, 결국 법인세 140억원과 부가가치세 93억원을 합한 국세 233억원을 시와 조직위가 대리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마케팅 권리를 조직위에 부여한 대가로 받은 인수금은 외국법인인 OCA의 국내 원천 소득으로 간주돼 세금이 부과된다.
이처럼 이익은 OCA가 챙기고 국내에 내야 할 세금은 인천시와 조직위가 부담하게 된 데는 2007년 시가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서 OCA와 맺은 마케팅 수익 면세보증 때문이다.
2007년아시안게임을 유치 당시 안상수 인천시장과 박창규 인천시의회 의장, 최용규 아시안게임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은 인천시가 아시안게임 개최도시로 선정될 경우 세법 개정 또는 특별지원법 제정을 통해 마케팅 수익의 면세를 모색하고, 실패할 경우 부과된 세금을 시가 환급할 것을 OCA에 약속했었다.
시는 OCA헌장에 ‘대회 개최도시가 마케팅 권리 인수에 따른 세금을 부담토록 한 규정’ 때문에 이같은 계약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그동안 국내 조세법 개정을 통해 세금을 감면받을 계획이었으나 뜻대로 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최근 조직위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였으나 세금 부과가 타당한지, 부과 대상기관은 어디가 될 지 등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못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 최종 판단하게 돼 있어 회의 결과에 따라 인천시든 조직위든 OCA를 대신해 국세를 납부해야 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시와 조직위 관계자는 “세금부과와 관련해 인천시와 감사원, 법률전문가 등의 해석이 다르고 감사원 처분결과도 아직 안나온 상황이라 언급 자체가 조심스럽다”며 “추후 세금 부과 여부에 따라 대응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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