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서울시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내년 공급량이 올해보다 300가구 이상 늘어난다. SH공사 입장에서는 시프트를 공급할수록 부채가 더 쌓이지만 심화되는 전세난 완화를 위해서는 공급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시프트로 인한 부담을 덜 수 있는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안을 찾기 못한 채 냉가슴만 앓고 있다.
2일 SH공사 고위 관계자는 "올해 1700여가구의 시프트를 공급한 데 이어 내년에는 중소형 위주로 2000가구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시프트는 임대보증금이 주변 시세의 80% 수준인데다 20년간 거주 자격이 주어져 '로또'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달에도 노원구 상계동, 강서구 등촌동, 동작구 상도동, 강남구 대치ㆍ수서동, 서대문구 홍제동 등에서 475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또 9월에는 마곡 지구 위주로 1100여가구가 공급된다.
하지만 시프트 보증금이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SH공사의 지난해 부채총계는 17조1490억원으로 지방공기업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SH공사의 부담이 커지다보니 일부 월세로의 전환이나 임대조건 수정,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시프트의 인기가 워낙 높고 제도화돼 있기 때문에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러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현재로서는 85㎡ 초과 중대형 공급을 중단한다는 것 외에는 정리된 것 없이 고민만 하고 있으며 별도 연구 용역을 검토 중"이라며 "집을 소유가 아닌 거주 개념으로 한다는 취지였고 시프트를 기다리고 있는 대기 수요를 감안하면 다른 임대주택처럼 조건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SH공사 관계자는 "공사의 택지개발이나 분양주택 공급 축소로 수익이 안 나는 상황이어서 시프트 공급에 따른 부담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시프트는 전세보증금을 5% 이상 못 올리기 때문에 시세와 격차는 더 커지고 불법 전대 같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반전세로라도 전환하면 좋겠지만 기존 세입자에게 요구하기는 쉽지 않아 고민만 깊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변창흠 SH공사 사장은 "애초에 시프트라는 게 일부에게 너무 파격적인 혜택을 주도록 설계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미 제도화돼 있기 때문에 고통스럽더라도 계속 공급해 나갈 수밖에 없으며, 이와 별도로 정부에 제안할만한 제도 개선 방안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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