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 심정에 과감히 단행
"직원들 불안 달래야 구조조정 성공해"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현대중공업 그룹 전반에 걸쳐 새판을 짜고 있는 '구조조정 모델'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대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시작됐지만 그 과정에서 파생된 직원들의 불안을 전혀 감싸주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경영 악화는 곧 인력 구조조정'으로 귀결되고 있어 직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현대중공업 금융 및 상사 계열사 사업 재편은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역임하다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넘어오면서 그룹 계열사 이슈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권 사장 취임 후 그룹 '새판짜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권사장은 지난해 10월 긴급 본부장 회의를 주재하고 원점에서부터 사업조정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지난 2월 현대자원개발을 현대종합상사로 합병한 구조조정이다. 여기에 수익창출이 어려운 금융계열사 3곳을 통폐합하고 현대종합상사의 브랜드ㆍ식음료 사업을 떼내 신설법인을 세우기로 하면서 '새판짜기'가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현대오일뱅크 시절부터 이어져 온 '권오갑식 구조조정' 방식에 따라 사업재편이 결국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 대표 시절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2013년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현대중공업으로 넘어와서는 임원 30%를 감축하고 과장급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강도가 세지고 있다.
근로자들 역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지만 문제는 구조조정 작업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만 하더라도 노사 협의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성과 연봉제 전환과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졌다고 직원들은 판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흔들릴 수 있는 직원들의 마음을 다잡고 직원들의 불만과 불안을 잠재우는 것도 경영 위기를 극복하는데 좋은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고강도 개혁작업의 성패 여부는 직원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데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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