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물량이 가장 많은 서울시가 임대주택 물량을 축소하려는 정부와 배치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29일자로 시행 예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시행령의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규정에 대해 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국토교통부에 재개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개정된 시행령은 주택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20%에서 15%로 낮추되, 지방자치단체가 정비계획을 수립할 때 기존 재개발 사업으로 건설한 전체 가구 수 중 기존 세입자가 입주한 임대주택 비율이 15%(서울 기준)를 넘으면 5%포인트 상향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특정 구 지역에 그동안 1만가구의 재개발 주택이 지어졌고 그중 1500가구 이상 기존 세입자가 살고 있다면 임대주택을 의무비율보다 더 지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실적으로 5%포인트 상향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지자체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소득층인 기존 세입자들이 대부분 재개발 사업 이후 다른 지역으로 흩어지며 재개발 사업이 아예 없었던 곳에서는 임대주택 확대 방안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지어진 모든 재개발 주택이 분모가 되지만 분자가 되는 기존 세입자 거주는 현재 시점"이라며 "기존 세입자들은 대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거나 보증금과 임대료가 더 저렴한 영구 임대주택 등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현실과 맞지 않고 재개발 사업이 아예 없어서 분모가 제로가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행령이 29일 시행되므로 그에 맞춰 일단 고시는 할 것이지만 서민들에게 필요한 임대주택이 제대로 공급될 수 있도록 5%포인트 상향 규정을 실효성 있게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다음 달 중 국토부에 시행령 재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주택시장 침체로 사업성이 악화됐는데도 임대주택 의무 비율은 그동안 상향돼 사업 추진에 애로가 있었다는 시각이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재건축 사업을 위해서는 임대주택 의무비율 완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반면 서울시는 이번 시행령 개정이 임대주택 확대를 추진해 온 서울시의 방침과 배치된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정법에서도 저소득 서민 주택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으므로 필요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려는 것"이라며 "기존 세입자가 많이 입주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이라는 의미이기도 한 데 그런 곳에만 다시 임대 비율을 늘린다는 것도 형평성 측면에서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의 경우 임대주택 의무 비율을 아예 없애는 쪽으로 규정을 바꿔 서울시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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