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은행의 자본 규정을 변경해 지방정부 채권을 유동성 자산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곧 제안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지방채가 유동성 자산에 포함되면 은행의 자본 확충 부담이 줄 수 있다.
Fed,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미 통화감독청(OCC)은 지난해 9월 유동성 위기시 은행의 자본 비율 규정에 대한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당시 이들 3개 금융감독 당국들은 미국 대형 은행들이 30일 이상 현금이 감소하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고위(high-quality) 유동성 자산이 총 2조5000억달러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대형 은행들이 1000억달러 가량의 유동성 자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지방채가 유동성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아 지방정부가 불만을 나타냈다. Fed의 이번 방침 변경은 지방정부의 불만을 수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Fed와 달리 FDIC와 OCC는 지방채를 유동성 자산으로 인정하는 문제에 유보적인 입장이어서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Fed의 이번 규정 변경으로 은행 지주사들은 추가 자본 확충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OCC의 규제를 받는 은행 자회사들은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 한다.
OCC 대변인은 이번 입장 변경은 Fed의 단독 결정일 뿐이라며 OCC는 지방채를 유동성 위기시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FDIC 대변인은 자본 비율 규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지방채 시장을 신중하게 살피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규정 개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Fed가 최종적으로 어떤 지방채를 유동성 자산으로 인정할 것인지 정확한 분류 기준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또 시장이 실망감을 나타낼 수도 있다. Fed는 투자적격 등급의 지방채 모두를 유동성 자산으로 인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방채를 회사채와 동일하게 취급할 계획이다. 이는 지방채를 평가할 때 액면가의 50% 가치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Fed가 은행이 확충해야 할 자본의 5%까지만 지방채를 유동성 자산으로 인정해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 전문가들에 따르면 6만여개의 지자체 기관들이 발행한 채권 종류만 120만개에 이를 정도로 미국 지방채 시장은 광범위하다. 하지만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채권은 캘리포니아와 뉴욕주 같은 대형 주의 기관들이 발행한 채권들이다.
은행들은 채권 발행을 중개·인수하면서 지방채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Fed 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전체 유통되는 지방채의 12%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비율은 지난 10년에 걸쳐 두 배로 상승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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