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세종]
가거도 주민들 “어떤 공법이든지 빠른 시일 내 튼튼하게”
신안군 가거도항 태풍피해 복구공사와 관련, 설계변경 등을 두고 발주처와 시공사 간에 이견이 생기면서 공사가 늦춰져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목포수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삼성물산㈜ 등 3개 시공업체가 공사를 위한 사전 지반조사 결과, 공사 현장에서 연약지반이 확인돼 공사비가 950여억원 더 들고 공사기간도 30개월 정도 지연될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시공업체가 설계변경을 요청했다.
시공업체는 당초 설계인 ‘케이슨’ 방식을 ‘경사식’으로 바꿀 경우 300억원 이상의 공사비가 절감되는데다 더 안정적이고 튼튼한 방파제를 건설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설계변경 해줄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감리단과 목포수산청은 연약지반 확인 등 일부 설계 부실은 인정하면서도 “확인 결과, 시공사 주장과 달리 추가 공사비가 430여억원 들어가고 공사기간도 14개월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반박한 뒤 “추가예산을 기재부에 요청해놓은 만큼 원래 설계대로 강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양측이 이견으로 맞서면서 복구공사가 지연돼 18.9% 이상 진행됐어야 할 공사가 현재 15.5%에 머물러 주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목포수산청이 설계변경 등을 받아들일 경우 설계부실 책임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원래 방식을 고수하려는 것 같다”면서 “설계변경 불가 방침의 저변에는 시공사가 저가수주에 따른 손해를 설계변경 등을 통해 만회하려하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짙게 깔려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양측은 협의 끝에 지난 19일 가거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공 방법 개선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목포수산청은 설명회 다음날인 20일 “가거도 주민 대부분이 케이슨방식을 선호하며 시공사 측의 설계변경 등에 대해 불만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가거도 어촌계장 임성식씨는 25일 “케이슨 방식만이 영구적이라고 해서 상당수 주민들이 그렇게 알고 있다”면서 “대다수 주민들은 어떤 공법이 옳은 것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의 바람은 오직 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방파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완공 전에 태풍이 불면 케이슨방법은 복구과정이 더 힘들다고 들었는데 대다수 주민들은 어떤 공법이든지 방파제가 최대한 빨리 튼튼하게 건설돼 주민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만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주민설명회 후 목포수산청의 발표에 대해 시공사 측 관계자는 “이 같은 설명회는 책임전가를 위한 것일 뿐 의미 없는 행사”라고 지적하면서 “공사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주민을 상대로 공법을 선택하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계 부실에 대해 시공사가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원활한 공정 추진을 위해 투입 가능한 모든 장비를 동원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목포수산청 관계자는 “현재 가거도항 설계변경과 관련된 심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본청 심의위원회에서 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결과가 나오면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기간 7년 동안 단 한차례 태풍 등으로 파랑이 일지 않는 것을 전제한 만큼 실제 공사기간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케이슨방식은 공사 도중 태풍 피해를 입을 경우 경사식에 비해 막대한 복구비를 쏟아 붓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가거도항 복구공사는 당초 2019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연약지반 처리 등으로 인해 이르면 2022년 완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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