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법정서 혐의입증 승부수…변호인, '피의자 방어권' 논리펴며 역공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김재연 기자]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불구속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의혹의 실체는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여권의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을 공개 소환하는 등 기세를 과시했다. 하지만 중간 수사결과는 'C학점' 수준의 기대이하 성적표다. 검찰이 법정에서 혐의 입증을 위한 승부수를 띄울 것이란 관측도 있으나, 거꾸로 피의자의 방어논리에 역공을 당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성완종 음성파일', 증거능력 인정될까=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할 경우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는 살아있을 때의 진술(서류)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입증된 때에 한한다는 단서 조항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여권 인사 8명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전하며 '음성파일'과 '메모'를 남겼다. 돈을 전달한 시기와 액수, 정황 등이 담겨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가장 믿을만한 단서다. 하지만 자살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앞두고 나온 성 전 회장 발언을 어느 정도 믿어야 하는지는 따져볼 대목이다. 서운한 감정 때문에 과장해서 발언했을 가능성에 대해 재판부가 주목할 경우 증거능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홍준표 지사는 검찰 소환에 앞서 "메모나 녹취록은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인터뷰 내용 전문을 보면 허위, 과장과 격한 감정이 개입돼 있어 특신상태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비타500'은 낭설? 검찰논리 뼈대가 흔들=이완구 전 총리는 2013년 4월4일 충남 부여ㆍ청양 재보선 사무실에서 '비타 500' 박스에 현금 3000만원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500'은 단숨에 인기검색어로 등극했고, 해당 제약회사 주가가 출렁일 만큼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전달 수단이) 비타500 박스는 아니다. 그렇다고 쇼핑백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아 달라"고 말했다. 누가 언제 어떻게 돈을 전달했는지는 핵심 의문 사안이다. 검찰의 혐의입증을 둘러싼 논리의 뼈대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일 중요한 돈을 주고 받은 현장에 관한 이야기가 없다"면서 "결국 관련 증거와 정황을 검찰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두고 검찰과 피고인의 공방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인에 기댄 檢, 진술 일관성 유지될까=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인물이다. 발언의 내용도 구체적이다. 검찰이 혐의입증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돈을 제공한 성 전 회장이 숨진 상태에서 전달에 관여했거나 지켜본 주변인물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점은 검찰의 약점이다. 윤 전 부사장 등 돈 전달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이 정작 재판에서 말을 바꿀 경우 검찰 논리는 단숨에 허물어질 수 있다.
검찰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를 기소할 때 공소장에는 돈 전달 시점과 장소,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을 특정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 핵심내용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피고인 방어권 제약이라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출신인 정태원 변호사는 "피의자 입장에선 방어권 보장이 안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일반적인 검찰 수사 전략의 하나로도 볼 수 있다"면서 "재판정에서 본 게임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