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교체 시기 맞춰 전임 사장 부실 털기 가능성도 제기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분기 실적이 8년 반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4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2006년 3분기 이후 34분기만의 적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조4861억원으로 10.36%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은 172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실적 악화는 해양플랜트 부문의 영향이 컸다. 상선 등 일반 선박과 달리 선박 인도 전까지는 매출로 잡히는 규모가 적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일반 선박은 자재를 사와 블럭을 만들면 매출로 바로 잡히는 반면 해양플랜트는 자재를 사와도 설치되기 전까지는 매출로 인식이 안돼 매출 원가비중이 확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 하반기로 인도 예정된 해양플랜트가 많아 자재비는 많이 나간 반면 아직 설치 전이라 매출로는 잡히지 않는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통상임금 관련 연장근로 수당 지급 체계가 변경된 것도 반영됐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연장근로 수당을 그간 정액제로 가다가 직급에 따라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바꿨다"며 "그 부분에 대한 소급분이 440억원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드릴십 제작이 끝났음에도 선주가 아직 가져가지 않아 발생한 손실 1200억원을 장기매출채권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했다. 지난해 실시된 세무조사에 따른 추징금 300억원도 이번에 반영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번 적자전환이 정성립 사장 취임에 따른 '빅베스' 효과로 보고 있다. 빅베스는 빅베스는 경영진이 교체되기에 앞서 전임자의 실적부진 요인을 회계에 선반영해 신임 경영진의 공적을 부각시키는 전략이다. 고재호 사장 재임기간 동안 연임을 위해 회계반영을 늦춰왔던 적자가 정 신임 사장 취임에 맞춰 이번에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마저 적자로 돌아서면서 국내 조선 '빅3'는 올 1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올 1분기 영업손실 1924억원, 당기순손실 1252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영업손실 223억원, 지난해 1889억원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삼성중공업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63억원, 10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흑자전환했지만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약 70% 가량 급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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