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부담 늘어 임대료 상승·권리금 분쟁 우려
재건축시 임차인 보호장치 없고 전통시장도 예외 규정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상가 임차인들의 권리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권리금 보호와 5년 임대기간 보장 등이 핵심이다.
하지만 개정안에 권리금을 보장받을 수 없는 '예외조건' 등을 둬 실제로는 임차인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상가 임대료 상승, 권리금 분쟁으로 인한 각종 소송 남발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개정안은 우선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했다. 임차인들의 권리금을 보호받게 된 셈이다.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을 데려올 경우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거절할 수 없다. 만약 임대인이 이같은 규정을 어기면 임차인은 계약 종료 3년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손해배상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한 기준에 따라 측정한 권리금 범위 안에서 가능하다.
다만 예외 조항조항에 따라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임대인은 임대 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 신규 임차인이 보증금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나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는 경우다. 또 건물주 상가건물을 1년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 기존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한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비영리 목적의 상가 사용 관련 예외 조건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독소조항'이라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임영희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사무국장은 "주요 상권의 상가권리금은 월 임대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1년6개월의 임대료보다 훨씬 큰 권리금을 위해 건물주들이 건물의 용도를 조정하는 방법 등의 편법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건물주가 재건축을 하고자 할 때 실질적으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상가임대차 피해사례의 절반 이상이 재건축 관련 사안에서 비롯되고 있어 이들 상인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셈이다.
개정안은 또 점포 규모에 상관없이 누구나 최소한 5년간은 쫓겨나지 않고 장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환산보증금(월세×100+보증금)이 4억원(서울 기준)을 넘으면 계약기간 5년을 보장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건물주가 바뀌어도 5년간은 장사할 권리가 보장된다.
문제는 환산보증금 제도를 손질하지 않아 상가보증금과 임대료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환산보증금 액수가 4억원 이하이면 임대료 인상폭을 9%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인데, 바꿔 말하면 4억원 이상이면 제한 없이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4억원 이하의 상가와 4억원을 초과하는 상가 모두 앞으로는 계약 갱신이 가능해졌지만, 환산보증금이 4억원 이상일 경우엔 임대료 인상폭에 대한 규정이 없어 임대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차인이 임차물을 제3자에게 임대하는 전대차 계약도 이번 법안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매장면적 합계 3000㎡ 이상의 백화점, 복합쇼핑몰, 대형마트 등 일부 대규모 점포나 상가건물이 국ㆍ공유재산인 경우에도 법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여기에는 일부 규모가 큰 전통시장도 포함되는데, 이들 영세상인마저 권리금 보호의 예외로 하는 것은 임차상인 보호라는 본래의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리금을 산정할 객관적인 계산 방법이 마련되지 않은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유무형의 투자비용이나 상가 운영 노하우 등을 명확히 측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임대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경우 권리금 분쟁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건물주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위험 부담을 안고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만큼 임대료를 올려받으려 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권리금 평가도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아 또 다른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은 빠르면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권리금 규정은 시행 당시 존속중인 임대차부터 적용한다'는 법안 부칙 제3조에 따라 새로운 임대차계약 뿐 아니라 기존 임대차계약에도 적용된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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