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임차인 손배 청구권 가능…재건축·재개발 때 구제책 없어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앞으로 상가 세입자들은 법적으로 권리금을 보호받게 된다. 세입자는 보증금 규모와 상관 없이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5년간은 장사할 권리를 보장받는다.
상가임차인들의 상가권리금을 보장토록 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임차인에 대한 보호 장치가 강화되게 됐다.
우선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했다. 임대인의 '방해 행위'는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수수하는 행위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신규 임차인에게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그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 계약을 거절하는 행위 등이다.
만약 건물주가 이같은 규정을 어기면 임차인은 계약 종료 3년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손해배상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한 기준에 따라 측정한 권리금 범위 안에서 가능하다.
다만 예외 조항조항을 둬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임대인은 임대 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보증금 또는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 또는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임대인이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개정안은 또 점포 규모에 상관없이 누구나 최소한 5년간은 쫓겨나지 않고 장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환산보증금이 4억원(서울 기준)을 넘으면 계약기간 5년을 보장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건물주가 바뀌어도 5년간은 장사할 권리가 보장된 셈이다.
권리금 계약에 관한 표준권리금계약서 사용도 권장해 그동안 상인들끼리 관행처럼 주고받은 권리금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 통과로 임차인의 권리 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임대료 상승과 같은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최광석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건물주가 임차인의 권리금을 보장해줘야 하는 부담이 생긴 만큼 권리금 보전에 대비해 임대료를 높여 받는 임대인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제도상 미비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건물주가 악용하고 있는 '환산보증금' 제도와 '재건축 사유'에 의한 강제 퇴거, 그리고 이번에 추가된 '비영리 목적의 사용' 조항 등이다. 건물주가 상가 건물을 1년6개월 이상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임차인이 대항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결국 임대인이 '갑'의 지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임차인이 임차물을 제3자에게 임대하는 전대차 계약도 이번 법안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백화점 등 일부 대규모 점포나 상가건물이 국·공유재산인 경우에도 법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임영희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사무국장은 "이번 개정안으로 임차상인들의 영업가치가 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재산이라고 인정받게 됐다"며 "재건축 퇴거보상 지급 등 개정안에서 빠진 부분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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