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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 억울한 MSG…식품첨가물의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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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최근 종영된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주부로 빙의한 '차줌마' 차승원씨에게는 비밀병기가 있다. 작은 병에 숨겨진 하얀 가루. 차씨는 제작진이 사용을 불허한 이 하얀가루를 몰래몰래 사용한다. 감칠맛이 필요할 때 찾게되는 MSG다. TV프로그램뿐만이 아니다. 유명 음식점이나 가정에서도 대놓고 MSG를 사용하는 곳은 드물다. 한 때 '고향의 맛'으로 주방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이 백색가루는 이젠 사람들의 기피 대상이다.


◇'억울한' MSG = MSG는 누명을 쓴 대표적인 식품첨가물 중 하나다. 정확한 화학명칭은 'L-글루타민산소듐'이다. 음식의 감칠맛을 내기 위해 사용된다. 1907년 키쿠나에 이케다 일본 도쿄대 물리화학과 교수가 다시마 국물 요리의 맛에서 착안해 연구를 시작, 다시마에서 얻은 글루타민산을 조미료로 발전시켰다. MSG는 일본은 물론 유럽과 미국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첨가물이다.

MSG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긴 것은 1960년대부터다. 중국 음식을 먹고 두통 등을 호소하는 환자를 돌보던 한 의사가 중국음식에 많이 쓰이는 MSG를 원인으로 지목하면서다. 이는 '중국식당 신드롬'으로 불리며 MSG가 유해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이후 MSG의 유해성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도 MSG를 기피하는데 한 몫을 했다. MSG농축액을 쥐의 정맥에 주사한 결과 실험쥐가 사망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많은 양의 MSG를 한꺼번에 정맥에 주입한 것으로 비과학적 방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실험쥐에 사람이 섭취량의 4만배에 달하는 MSG를 먹이는 실험이 다시 진행됐고, 그 결과 유해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면서 MSG에 대한 유해성 논란은 일단락됐다.

우리나라에선 MSG를 제조ㆍ 판매하던 식품회사간 '네거티브 마케팅'이 MSG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웠다. 조미료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MSG 無첨가'라는 광고 문구가 등장, MSG를 사용하지 않은 조미료가 안전하다는 식의 인식이 자리잡게 됐다.


MSG의 원료인 글루타민산은 자연계에 흔한 물질이다. 우리 몸 안에서도 스스로 합성된다. 모유 100ml에는 글루타민산염이 20mg 가까이 들어 있다. 다시마 국물 100ml에는 글루타민산염이 21~22mg 포함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모유를 먹고 자란 사람이라면 아주 어려서부터 이 감칠맛에 익숙해지는 셈이다.


다른 식품에는 더 많다. 토마토에는 100g당 글루타민산염이 140mg, 간장 100g에는 1000mg 정도, 파르메산치즈 100g에는 1200mg이나 들어 있다. 콩이나 고기처럼 단백질이 많은 곳에는 단백질 형태의 글루타민산이 더 많다. 예를 들어, 콩 100g에 들어 있는 단백질 형태의 글루타민산은 5000mg이 넘는다. MSG를 먹고 탈이 난다면 글루타민산염이 풍부한 다시마나 콩을 먹어도 똑같이 탈이 나야 한다.


MSG 사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천연 글루타민산과 인공 글루타민산이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몸이 똑같은 물질을 출처에 따라 구분한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까지 없다.


식품의 단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사카린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설탕보다 서른배 가량 단맛을 내는 사카린은 1970년대 동물실험에서 방광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한때 금지식품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후 이 실험결과가 수컷 쥐에만 해당한다는 다른 연구들이 나오면서 누명을 벗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0년까지 어린이식품에 사카린 사용을 제한하다 최근 전면 허용했다.


카제인나트륨도 식품업체간 네거티브 경쟁의 희생양이다. 커피 프리마에 사용되는 카제인나트륨은 가공식품을 유화할 때 사용하는 첨가물이다. 우유단백질인 카제인에 기름과 물을 잘 섞일 수 있도록 나트륨을 추가한 것이다. 하지만 광고에서 '화학첨가물'이라는 표현이 사용되면서 오명을 썼다. 천연첨가물인 카제인이 합성첨가물인 카제인나트륨에 비해 안전하다는식의 광고가 카제인나트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운 것이다.


◇우리나라 식품안전 위협요인 1위 '식품첨가물' = MSG나 사카린처럼 식품첨가물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013년 일반 소비자와 소비자단체를 대상으로 소비자의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식품첨가물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환경호르몬과 농약 순이었다. 식품첨가물에 대해 관심과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의 경우 박테리아에 의한 식중독(50.0%, 2011년 조사)이, 일본은 유해미생물에 의한 식중독(79.0%, 2012년)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식품첨가물은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MSG의 원료인 글루타민산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많이 먹더라도 문제없다는 설명이다. 우리의 몸은 글루타민산을 거의 단백질 형태나 천연식품에 원래 들어있는 글루타민산염, 그리고 MSG와 같은 조미료 형태로 받아들이고, 이들의 95%는 소장에서 흡수된다.


소장 점막 세포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뒤 단백질 합성이나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나머지 5%는 간에서 대사된다. 이같은 과정은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글루타민산의 혈중 농도에는 많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농도가 상승하지만, 2시간 이내에 정상으로 돌아온다. 백형희 단국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식품첨가물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몸 속에서 누적되지 않는다"면서 "안심하고 많이 먹어도 된다"고 강조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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