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공정 총 8차례…22가지 위조방지기술 구현
'요판인쇄'가 핵심…"잉크두께 따라 진하기 조절"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신사임당이 새겨진 5만원권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아시나요. 새하얀 용지에 신사임당의 형상을 새겨넣고 한 장의 지폐가 되기까지에는 장장 한 달 반이 걸린다고 합니다. 인쇄공정만도 8번을 거친다고 하니 생각만큼 녹록치는 않은 작업입니다.
지폐로 쓰이는 용지는 100% 면입니다. 일반 종이보다 촉감이 부드럽고, 오래가는 이유도 지폐가 면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용지를 만들어 내는 곳은 충남 부여에 위치한 한국조폐공사의 제지본부입니다. 이 곳에서 롤 상태로 공급되는 용지는 백지상태이지만, 입체형 노출 은선과 숨은 은선, 은화 등이 삽입돼 있습니다. 지폐의 용지가 만들어지는 단계부터 위조를 막기 위한 기술이 구현되는 셈이지요.
이후 바탕색과 숫자, 그림은 평판인쇄, 스크린인쇄, 요판인쇄 등 다양한 인쇄방법을 거쳐 새겨집니다. 각 과정별로 위조방지기술이 적용돼 완제품에는 총 22가지의 기술이 들어가 있지요.
인쇄의 첫 단계인 평판인쇄 공정에서는 지폐의 앞·뒷면을 동시에 인쇄하면서 기본적인 바탕그림을 인쇄합니다. 신사임당의 얼굴형상과, 뒷면의 월매도를 제외한 바탕이 이 단계에서 만들어집니다. 태극문양과 미세문자 등 유심히 들여다봐야 보이는 보안요소도 바로 이때 들어갑니다.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액면숫자가 인쇄되는 과정은 스크린 공정입니다. 색변환잉크를 사용해 5만권은 보라색과 녹색, 만원권과 5000원권은 녹색과 파랑색으로 숫자가 표현됩니다. 이 다음에 띠 형태의 홀로그램이 부착됩니다.
이후에는 인쇄공정 중 가장 중요한 요판인쇄가 시작됩니다. 신사임당의 얼굴과 월매도도 바로 이 단계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때 사용되는 요판인쇄기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폐본부에서만 볼 수 있지요. 기계에 있는 오목한 인쇄판에 잉크를 넣어 강한 압력으로 용지위에 이미지를 인쇄하는데, 잉크 두께에 따라 진하기를 조절할 수 있어 수준 높은 인쇄문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인쇄과정을 마친 지폐는 5일간 건조과정을 거칩니다. 지폐가 뒤틀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지요. 이 다음에는 지폐 위아래 기호와 번호를 인쇄하고, 지폐를 낱장으로 단재해 1000장의 관봉형태로 만드는 컷팩(cut-pack) 과정을 끝으로 완제품이 생산됩니다.
순백의 용지가 5만원권으로 탄생하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일까요? 1만원권의 제조비용은 장당 약 200원정도로 알려졌지만, 한국은행은 정확한 비용을 '비공개'에 부치고 있습니다. 각국의 지폐제조 비용은 '영업비밀'이기 때문입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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