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황금성 높이고 거래 불편 해소위해 조정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김은지 기자]한국거래소가 액면분할 기업의 '매매거래정지' 기간을 현행 10일에서 최대 5일로 단축한다. 거래정지 기간이 길수록 투자자의 환금성을 제약하고 거래 불편을 야기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특히 삼성전자 등 황제주 기업에 매매정지 기간 단축이라는 당근을 제시해 액면분할을 유도한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 수가 정배수로 증가하는 액면분할 기업의 매매거래정지 기간을 5~6일로 줄일 방침이다. 5일이나 6일로 기간을 못 박지 않은 건 회사마다 주권 인쇄에 소요되는 시간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당초 거래소는 액면분할로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아모레퍼시픽부터 이를 적용할 방침이었으나 이미 투자자들에게 거래정지 시점을 공지했다는 회사 측의 반려로 무산됐다. 거래소 측은 아모레퍼시픽 이후 액면분할을 단행하는 기업부터 이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미 관련 기관인 예탁결제원 등과 협의를 마쳤고 각 상장사들에게 공문 발송을 마친 상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업은 정지 기간 중에 주주명부, 예탁자계좌부를 확정하고 액면분할 변경등기ㆍ주권인쇄ㆍ상장신청 등을 거친 후에 거래를 재개할 수 있다.
거래소가 거래정지 기간을 단축키로 한 건 환금성을 높이고 매매 기회를 늘려 투자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정지 기간이 길수록 사고파는 타이밍을 놓칠 수 있어 차익 실현을 저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고가주의 액면 분할을 유도한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회사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액면분할설이 나도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이날 오전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17조원에 육박,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16%를 넘는다. 우선주를 포함하면 242조원을 넘어 시총 비중은 18%를 넘는다.
특히 각종 파생상품의 기준이 되는 코스피200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비중은 19% 중반으로 20%에 육박한다. 국내외 기관들의 경우 삼성전자를 빼면 시장을 제대로 커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삼성전자가 만약 액면분할을 단행해 종전대로 2주간 주식거래가 막힌다고 가정하면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2주간이나 파행 운영돼야 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며칠만 거래가 안 돼도 투자자들이 아우성 칠 텐데 이런 기업들이 앞으로 액면분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하게 된 것"이라며 "또 매매거래정지기간이 지나치게 장기화돼 투자자의 환금성을 제약하고 거래불편을 야기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은지 기자 eunj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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