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고소득층 조세감면 정리…법인세 정상화 필요
연말정산·담뱃값 인상 논란 '정직하지 못한 정부'
세월호 인양·시행령 철회…5·24조치 유연한 적용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9일 "경제기조의 대전환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면서 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 경제(New Economy)로의 대전환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공정한 경제 ▲소득주도 성장 ▲사람 중심의 경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 대표는 이날 '대한민국 경제, 크게 보고 크게 바꿔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대부분을 '경제' 분야에 할애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1년 한 "특권경제를 끝내야 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연설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문 대표는 "그때도 재벌은 세금을 감면받았고 서민의 삶은 어려웠다"며 "골목상권은 다 무너진 반면 대기업 사내보유금은 540조원"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을 타개한 '뉴딜정책'을 예로 들었다. 그는 "성장 없는 풍요와 경제정의를 생각할 수 없다"면서 "부채주도가 아닌 소득주도성장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만이 내수 활성화를 통해 서민과 중산층을 보호하고 새로운 성장의 활력을 만들 수 있다"면서 "그것이 대한민국이 살 길이고 국민들이 잘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경제 수치들을 언급하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겨냥했다. 그는 "2000~2012년 동안 국민 전체 평균 실질소득은 9.9% 증가했다"며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상위 10%의 평균 실질소득은 39.3%로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의 재분배 정책을 통한 분배개선효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에서 칠레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부자감세를 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연말정산 논란과 담뱃값 인상 등을 꼽으며 '정직하지 못한 정부'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정부가 5500만원 이하 소득자의 세 부담 증가가 없다고 약속했던 것과 달리 그 소득구간 납세자 가운데서도 무려 40%에 달하는 205만명이 연말정산 세 부담이 늘었다"면서 "담뱃값을 2000원이나 인상하면 서민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 자명한 일인데도 증세가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또 "세금이 공정해야 한다"며 법인세 정상화를 거듭 요구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법인세를 예외 없이 다룰 수 있다고 한 만큼 법인세 정상화 조세개혁을 곧바로 추진하자"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루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된 조세감면 제도를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며 "서민 중산층 증세는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선 "대타협기구의 틀 속에서 공무원들까지 동의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어느 일방의 희생만을 강요하거나, 성과에 급급해 시한을 정해 밀어붙이려 한다면 사회적 대타협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복지 문제에 대해 문 대표는 "복지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동시에 강력한 성장전략으로, 복지는 공짜, 낭비라는 공짜, 낭비라는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의 조건 없는 인양과 시행령 철회도 요구했다. 문 대표는 "대통령과 정부는 세월호 인양에 대해 아직도 이런저런 조건을 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세월호에 사람이 있다. 비용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특별법의 취지대로 조사특위가 진상규명에 관한 전반과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법제도 개선에 이르기까지 다룰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는 안보를 강조하며 "새누리당 정부는 평화에도 실패했고 안보에도 무능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평화와 함께 가는 안보가 가장 좋은 안보"라면서 "분단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뒷받침하는 국방안보 정책이 구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 정권보다 훨씬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경제협력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문 대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만 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 남북경제협력"이라며 "정체된 한국 경제의 꿈과 희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24 조치의 유연한 적용으로 남북관계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강산관광의 재개와 대북전단 살포의 규제에서도 더 성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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