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남녀 기업 경영진 사이에 임금 격차가 큰 것은 여성들의 성과 보상에 인색한 남성 중심적 경영 문화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보스턴대·서던캘리포니아대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남녀 임원진 4만5542명을 대상으로 임금 격차와 상승률 차이 등을 분석해봤다. 조사 대상은 회장·부회장·최고경영자(CEO)·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운영책임자(COO) 등 핵심 경영자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녀 경영진 임금격차의 93%는 기본급이 아닌 스톡옵션, 성과급 등 인센티브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실적이 좋을 때는 여성보다 남성들의 인센티브를 더 많이 올려준 반면 경영이 어려울 때는 여성에 대한 보상을 더 많이 깎았다.
예컨데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100만달러(약 11억원)씩 오를 때마다 남성 경영진의 1인당 보수는 1만7150달러씩 늘었다. 반면 여성들의 경우 인상액이 남성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670달러였다. 반대로 기업들의 시총이 1%씩 줄어들 때마다 보수가 줄어든 여성 경영진은 63%에 달하는 반면 남성의 경우 33%에 그쳤다. 시총이 늘어도 받는 돈이 늘어난 여성 경영진의 비율은 13%로 남성(44%)에 못 미쳤다.
보고서는 "여성 경영진이 많은 기업과 남성이 많은 기업들 사이에 의미 있는 성과 격차는 없다고 결론지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간 인센티브 차이가 큰 것은 그만큼 남성 중심적인 이사진과 주주들이 여성들에 대한 성과 보상에 인색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이를 '경영자들의 권력(managerial power)'이라고 정의했다. 통상적으로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은 여성 경영자들이 보수 협상에서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남성 CEO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몸값을 요구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랑스 자동차회사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최고영영자(CEO)가 성과급을 포함해 지난해 보수로 720만유로(약 86억7000만원)를 챙길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1년 전 267만유로의 2배에 달하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곤 CEO의 보수 인상에 반대를 표하고 있지만 르노는 주총을 통해 보수 인상안 표결을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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