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3년 동안 관찰 결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봄이 다가오면서 미세먼지 주의보가 자주 발령되고 있다. 미세먼지가 노인 중에서도 과체중 노년 여성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연구팀이 서울에 살고 있는 60세 이상 노인 502명(남성 132명, 여성 370명)을 대상으로 PAH 노출과 인슐린 저항성 수치를 3년 동안 관찰했다. 관찰 결과 일상생활에서 PAH 환경노출이 노인, 특히 과체중 노년여성의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PAH(Polycylic Aromatic Hydrocarbons)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로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대표적 환경오염 성분이면서 대기오염(미세먼지)의 주성분이다. 인슐린 저항성(IR, insulin resistance)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인체는 혈당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대사증후군은 물론 심장병·당뇨병을 일으킨다.
연령이 높을수록 발병률도 높아지는 대사성질환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과 심장병 등 노인성 만성질환을 말하는데 인슐린 저항성은 이 대사성질환 발병에 핵심 요소이다. 대사성질환은 잘못된 생활습관이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중 환경오염 노출이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최근 미세먼지가 환경오염의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 미세먼지의 주성분 중 하나가 바로 PAH이다. 주로 자동차배기가스, 난방 등으로부터 유발되는 실외 대기환경과 간접흡연, 요리연기 등의 실내 대기환경이 주요 노출경로이며 탄 음식의 섭취도 포함된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PAH성분은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것뿐만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넘어온 미세먼지도 주요 원인이다. PAH는 초미세먼지의 주성분 중 하나로 초미세먼지는 몸속 깊숙한 곳까지 전달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적 도시생활환경에서 나타나는 PAH 노출수준도 인슐린 저항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PAH에 노출되면 체내 산화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지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 또 PAH노출은 체내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처럼 활동해 부분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데 작용할 수 있다. 산화스트레스는 체내 활성산소(유해산소)가 급격히 많아져 생체 산화균형이 무너지는 상태를 말한다.
PAH노출에 의한 인슐린 저항성의 증가는 노인, 특히 과체중 노년여성에게 뚜렷이 나타났다. 이는 여성이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높고 그중에서도 과체중인 사람은 산화스트레스가 높아 과체중 여성은 기본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에 민감하다.
가천의대 최윤형 교수(제1저자)와 서울의대 홍윤철 교수(교신저자)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공중보건학 분야 '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 2월10일자(논문명:Sex-dependent and body weight-dependent associations between environmental PAHs exposure and insulin resistance: Korean urban elderly panel)에 실렸다.
최윤형 교수는 "인슐린 저항성은 곧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의 질환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PAH노출을 줄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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