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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 유전에는 브렌트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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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브렌트유 없는 브렌트유 벤치마크(기준가격) 시대를 준비하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렌트유가 곧 고갈돼 브렌트유 기준가격을 설정할 때 정작 브렌트 유종은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렌트는 북해에서 생산되는 여러 유종 중 하나다. 북해에서는 브렌트유 외에도 포티스, 오스버그, 에코피스코 등의 이름을 가진 다양한 원유가 생산된다.

◆WSJ "몇 년내 브렌트유 고갈"= 브렌트유는 1971년부터 북해에서 생산이 시작돼 1980년대 중반 절정기를 맞이했다. 당시 북해 유전의 브렌트유 하루 생산량은 50만배럴에 육박했다. 브렌트유 벤치마크도 온전히 브렌트유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만을 반영해 산출됐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브렌트유 생산량은 차츰 줄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하루 9300만배럴의 원유가 생산되는 오늘날 브렌트유의 생산량은 1000배럴 수준에 불과하다. 전성기 때에 비해 500분의 1 수준으로 생산량이 준 것이다. 저널은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몇 년 내에 브렌트유는 전혀 생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최대 원유 생산업체 로열더치셸은 북해에 있는 에펠탑 크기의 4개 시추장비 중 첫 번째 장비 폐쇄를 결정하고 현재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폐쇄가 결정된 시추장비는 40년 가까이 브렌트유를 뽑아냈지만 더 이상 브렌트유가 생산되지 않자 폐쇄를 결정한 것이다.


◆브렌트유 벤치마크는 가짜= 브렌트유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브렌트유 벤치마크 산정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원자재 시장 정보업체로서 브렌트유 벤치마크를 제공하는 플라츠는 이미 오래 전 브렌트유 벤치마크 산출에 사용하는 유종에 변화를 줬다. 플라츠는 2002년 브렌트유 외에 북해에서 생산되는 다른 유종 2개를 더해 브렌트유 벤치마크를 발표했다. 지금은 벤치마크 설정에 사용되는 유종을 브렌트유를 포함해 4개로 늘렸다. 현재 발표되는 브렌트유 벤치마크는 엄밀히 따지면 브렌트유 기준가격이 아닌 셈이다.


플라츠는 기준가격 산출에 사용되는 유종을 더 늘릴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전체적으로 북해의 원유 생산량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츠가 브렌트유 외에 기준가격 설정에 사용하는 다른 3개 유종의 생산량도 지난 1월 87만1000배럴을 기록해 지난 2009년 1월 150만배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북해 유전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노후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플라츠는 아예 서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 브라질 등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벤치마크 산출에 포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브렌트유 가격 조작 논란= 북해산 원유 생산량이 줄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브렌트유 가격 조작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생산량 감소는 공급량 감소를 의미하고 이는 트레이더들이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의 가격에 쉽게 변동을 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특히 브렌트유 공급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 런던선물거래소(ICE)의 브렌트유 선물거래량은 오히려 늘고 있어 가격 조작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2009년 ICE에서 브렌트유 관련 상품 거래액 규모는 1억1100만달러였으나 지난해에는 2억3100만달러로 늘었다.


가격 조작 의혹과 북해 원유 공급 감소 문제로 인해 브렌트라는 이름 자체가 아예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40년 이상 브렌트유가 국제 원유 시장에서 차지한 위상과 이미 구축된 브렌트유 관련 인프라를 감안하면 브렌트유가 사라질 경우 혼란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유럽의 항공사들은 브렌트유 선물 거래를 통해 항공유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헤지하고 있다. 정유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정유업체 사라스의 다리오 스카파르디 부사장은 "브렌트유 벤치마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시장이 있다"고 전제한 뒤 "모두가 브렌트유 벤치마크가 만들어지는 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지만 아무도 어떤 신뢰할만한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원유 중개업체인 비톨의 이란 테일러 최고경영자(CEO)는 "업계가 전체적으로 브렌트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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