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어 獨·佛·伊도 AIIB 참여할듯…美·日에선 "참여해 실리 취해야" 주장에 힘 실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이 세계 금융권력 재편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미국과 일본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주요 7개국(G7) 동맹국들이 잇달아 AIIB 참여를 선언하면서 미국과 일본도 더 이상 AIIB와의 거리두기가 힘겨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AIIB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라면 미국과 일본도 AIIB에 참여해 실리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AIIB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주요 7개국(G7) 국가는 4개국으로 늘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주 영국에 이어 독일·프랑스·이탈리아가 AIIB에 참여키로 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주 영국의 AIIB 참여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던 미국에서도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AIIB에 참여해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취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책연구기관 미국외교협회(CFR)의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선임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AIIB) 지배구조 문제 해결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내부비판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미국의 AIIB 참여를 주장했다. AIIB 설립 초기에 지분구조 등의 문제에서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하는 쪽이 더 낫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도 실리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포브스는 AIIB가 중국의 국익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미국도 참여해 다자 협의체로 만들면 중국의 국익에 기여하는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산케이(産經) 신문은 17일 일본 정부가 중국이 연내 창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AIIB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AIIB와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는 다케히코 나오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ADB 총재가 AIIB와 관련된 입장을 드러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ADB는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 역할이 상당 부분 AIIB와 겹친다. ADB는 최근 연간 대출 규모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AIIB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나오코 총재는 AIIB와의 거리두기가 실익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나오코 총재는 AIIB가 도전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실무 차원에서 중국 측의 질문에 답변을 해주고 있다"며 "ADB만으로는 아시아의 인프라 개발 자금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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