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4개 회원국 가운데 노인의 가난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한국노동경제연구원이 지난 주말 발표한 보고서 '노인의 빈곤과 연금의 소득대체율 국제비교'를 보니 그렇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노인 중 '가처분소득이 중위 값의 50% 이하'에 해당하는 노인의 비중으로 본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8.6%로 OECD에서 가장 높다. 그것도 그냥 1위가 아니라 압도적인 1위다. 2위인 스위스의 24.0%에 비해 2배가 넘는다. 그 다음으로는 3위 이스라엘이 20.6%, 4위 칠레가 20.5%다.
국제적으로 부끄러운 통계다. 특히 1인 노인가구의 빈곤율은 무려 74.0%에 이른다. 우리나라에 독거노인을 중심으로 가난한 노인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이고, 국가가 그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유달리 높은 노인 자살률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82명으로, 이 역시 OECD에서 1위다. 그동안의 경제발전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되묻게 한다.
노인 빈곤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결합되면서 갈수록 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이미 노인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현재 600만명대인 노인 인구가 20년 뒤에는 1400만명대로 2배 이상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연금제도는 부실하다. 노동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5%로 OECD 평균 66%의 3분의 2 정도에 불과하다. 급물살을 탄 노인 빈곤 문제가 앞으로는 아예 쓰나미가 되어 우리 사회를 집어삼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구 고령화와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한다. 국격 이야기를 많이들 하지만 인구 고령화에 따라 갈수록 더 심각해질 노인 빈곤 문제를 방치하고서는 다 빈말이 될 뿐이다.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노인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건강상의 문제나 경제적 사정으로 생계가 어려운 노인에게 충분한 사회적 부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지만, 그 어떤 문제도 노인 빈곤 문제를 뒤로 밀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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