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관들, 주식투자 확대·내수기업 실적 개선…"추가 모멘텀 필요" VS "장기 랠리 가능"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15년만에 최고점을 찍은 일본 증시의 상승세가 눈부시다. 엔화 약세란 불쏘시개가 사라진 가운데서도 증시의 오름세가 계속될 것이란 낙관론이 쏟아지는 있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11월 1만7000선을 돌파한 뒤 바닥 다지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던 닛케이 지수는 올해 들어 랠리를 재개했다. 지난달 16일 1만8000선을 돌파 한 뒤 한 달도 안 된 지난 13일 종가 기준으로 1만9000선을 넘었다.
일본 미즈호 자산운용은 "증시 상승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조만간 닛케이 2만선 돌파를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주도가도 달라졌다. 골드만삭스는 그동안 엔저를 통한 수출기업들의 순익 확대가 돋보였다면 최근에는 내수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증시 상승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엔화 약세 기조가 끝나도 일본 증시가 장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증시의 최근 랠리 배경으로 일본은행(BOJ)의 주식투자 확대를 지목했다. 지난 2년간 BOJ는 증시에 개입해 총 2조8000억엔(약 26조2082억원)어치의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였다.
특히 BOJ가 ETF를 매입한 날의 76%는 일본 증시가 하락 개장한 날이었다. WSJ은 이에 대해 경기부양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BOJ가 '증시 떠받치기'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이는 직접적인 주식 투자를 삼가고 채권 매입에만 나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보다 급진적인 것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을 포함한 기관 투자자들의 자국 주식 매수가 이어지면서 일본 증시의 돈줄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WSJ은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주식 매입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것이 일본 증시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증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훈풍이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IPO에 나서는 일본 기업들의 숫자가 100개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07년 이후 최대 규모다.
콘텍트렌즈 제조업체 메니콘은 최근 도쿄 증권 거래소에 상장 서류를 제출했다. 스마트폰 앱 제조업체 구노시는 다음달 상장에 나선다. 일본 우정그룹(우체국)은 계열사인 유초은행, 간포생명보험과 함께 동시 상장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일본 역대 최대 규모의 IPO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상장 기업들의 주가 전망도 좋다.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 신규 상장한 71개의 기업들 중 55개의 공모가가 예상범위보다 높게 정해졌다. 그만큼 투자심리가 견실하다는 뜻이다.
물론 일본 증시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상승세에 과열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우려한다. 장기 랠리를 위해서는 주주환원·투자확대와 같은 추가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위스 UBS증권의 이바야시 토루 일본 주식 대표는 "일본 정부 및 공공기관들의 추가 주식 투자 기대감에 따라 해외에서 단기성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면서 "4월 이후 차익실현 매도세가 대거 나올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증시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6일 닛케이 지수는 전 주말 대비 0.05% 내린 1만9245.38로 거래를 시작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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