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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위장 전입은 '국기 문란' 중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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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후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의 '위장 전입'은 단골 메뉴가 됐다. 요즘 들어선 아예 큰 결점으로 취급되지도 않는 추세다.


최근 인사청문회를 중인 4명의 장관급 후보자들도 모두 위장전입 전력이 드러나 '위장전입 그랜드 슬렘'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해당 후보자들도 역시 '사과'는 하면서도 '어쩔 수 없어 한 일'이라는 등 변명을 하고 있다. 정부ㆍ여당도 '결정적인 결격 사유는 아니다'는 입장이어서 무난히 장관 자리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논리는 1970~80년대 교육ㆍ주거 등 사회 기반 인프라가 급격히 변동하던 시절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쯤은 재테크나 자녀 교육 등의 목적으로 저지른 일로 크게 나무랄 수는 없지 않았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아예 "이럴 바엔 죄목 자체를 없애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위장 전입은 가볍게 치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정부는 매년 '주민등록 일제 정리 사업'을 통해 위장 전입을 적발해 처벌하고 있다. 올해도 11일부터 오는 4월 중순까지 45일간 주소지 실거주 여부를 조사하는 주민등록 일제 정리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수만명의 공무원과 통장ㆍ이장ㆍ반장 등이 동원돼 가가 호호 방문해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등 국가적인 규모로 진행된다. 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주민등록 일제 조사에 걸려 과태료 등 처벌을 받은 사람들이 10년간 5000여명에 달한다.

외국도 위장 전입에 대해선 공문서 위조 등 중범죄로 규정해 강력 처벌하는 곳이 많다. 위장 전입이 횡행할 경우 국가 조세ㆍ병역 등 각종 행정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주민등록 제도가 뿌리 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ㆍ사회 기구들이 주민등록 제도를 기반으로 인구 등 각종 통계를 작성해 복지ㆍ세금ㆍ병역 등 각종 정책과 행정을 펼치고 있다.


위장 전입이 횡행할 경우 벌어질 사태는 엄중하다. 엉뚱한 곳에 행정력과 예산이 낭비돼 국가나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질 것이다. 주민등록 제도와 유사한 '호패법'이 시행된 조선시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선 태종때 시행된 호패법은 군역ㆍ요역의 기준을 밝혀 백성의 유동과 호적 편성상의 누적ㆍ허위를 방지하기 위해 시행됐는데, 나라가 혼란할 수록 호패의 위조ㆍ교환 등 불법이 증가해 국가적 혼란이 격심했다. 결국 조선 왕조는 호패 위조자를 극형에 처하고 호패를 차지 않아도 엄벌에 처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었다.


위장전입 4인방을 수장으로 맞이 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표정도 좋지 않다. 특히 주무 부서인 행정자치부 공무원들은 "주민등록 일제 정비 사업은 국가 기본 운영 체계를 튼튼하게 만드는 사업으로, 위장 전입은 일반 국민들의 경우에는 거의 하지 않는다"라며 "위장 전입이 많아지면 복지ㆍ세무ㆍ국방 등 각종 행정에 큰 지장을 초래해 전국가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되는 행위"라고 입을 모았다.


공직 후보자들 못지 않게 시중에서는 아이의 학교문제나 주택청약 등을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위장 전입 정도는 죄도 아니다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목민관의 자세를 강조한 다산의 지적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고위층부터 철저히 법을 준수하고 위반 시 철저히 처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외국 사례처럼 처벌을 강화하고 공소 시효도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음을 주지해야 할 터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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