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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임금인상의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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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임금인상의 패러독스 조영주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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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철저하게 양면적이다. 절대선(善)이나 절대악(惡)이 없다. 어느 것을 선택하면 반드시 다른 쪽을 포기해야 한다. '기회비용'이라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최근 '임금인상'을 두고 정부와 기업 간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정부는 "임금을 더 올리라"며 기업을 압박하고 나섰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급기야 지난 4일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고, 일본의 아베 총리는 아예 노골적으로 기업들에게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의 임금인상 요구가 무리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최경환 경제팀은 마음이 급하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이후 줄곧 가계소득 증대를 외치고 이를 유도하는 정책을 도입했지만 아직 그 효과는 선명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연속 0%대 소비자물가가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매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나라 밖에서 흘러들어온 돈은 국내에서 보이지 않는다. 기업 부문에 돈이 묶여 우리 경제는 소위 '돈맥경화증'을 앓고 있다. 과거 금융권이 돈을 풀지 않아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이 같은 말을 썼지만 지금은 소비 분야에서 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해법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의 임금상승 압박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 부문에 묶여 있는 돈이 가계 부문으로 흘러들어가야 소비가 살아나고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정상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들은 정부의 요구를 수용할 만한 여유가 있을까. 쌓아둔 돈이 제법 있긴 하지만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최근에는 경영실적도 급속도로 악화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경영실적이 나빠지면서 올해 임금동결을 선언했다. 세계 1위 조선소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유가하락에 정유ㆍ유화업체들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가계는 어떨까.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섰고 부동산 등 자산가치 하락과 청년층 실업으로 주머니 사정은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의 심화는 돈의 유속(流速)을 급속하게 늦추고 있다. 20대는 실업난에, 30~40대는 부채에, 50대는 은퇴 후 삶에 대한 불안감에, 60대 이상은 준비되지 않은 은퇴로 주머니를 잠궜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그나마 기업이 가계보다는 버틸 힘이 있어 보인다.


과연 정부의 임금인상 압박카드가 효력이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정부는 기업에 "임금을 올리라, 말라"할 권한이 없다. 정부부처의 한 장관은 "정부가 기업 임금 문제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면서 "다만 경제상황이 나쁜 만큼 그나마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호응해주기를 요청하는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임금은 노사가 협상을 통해 정하는 것이지, 이 과정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그래서 정부는 답답해한다.


만약 정부의 바람대로 기업이 임금을 대폭 인상한다면 어떻게 될까. 가계가 가처분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구매력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소비심리도 살아날 수 있을까.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고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질 수도 있다. 최저임금을 30% 인상했다고 치자. 영세한 식당이나 편의점, 커피숍 등은 직격탄을 맞을 게 뻔하다. 세 명 쓰던 직원을 둘로 줄이든지 아니면 임금 인상분을 제품ㆍ서비스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임금 인상과 일자리를 바꿔야 할지 모른다. 2007년 아파트 경비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자 대거 해고를 당했던 것과 같은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고 시장은 분명 작동한다. 시장만 믿고 맡겨 놓으면 모순과 갈등이 첨예화되어서야 해결 국면을 맞는다. 정부의 역할은 그 과정에 개입해 극단으로의 질주를 막는 것이다. 정부가 임금인상에 관여하는 것은 꽤나 깊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인식이 깔려 있다. 그렇다고 정책의 한 단면만을 제시한 채 밀어붙이는 것은 곤란하다. 기업과 솔직하게 머리를 맞대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압박이든, 요청이든 말이다.






조영주 정치경제부 차장 yj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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